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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욱 "한국인에겐 불교·유교·기독교 아우르는 DNA 내재...한중연, '학술 한류' 주도해야"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취임 간담회

"정부 100대 과제에 빠진 학술·학문, 국가 차원 관심 필요"

"한중연, 한국학 본산으로 거듭나 위상 확보해야"

"10년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보완"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2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반만년의 역사적 전통을 가진 한국인의 DNA에는 불교와 유교, 기독교 등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는 유전자가 내재해 있습니다. 대중문화인들이 한류를 이끈 것처럼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런 유전자가 글로벌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한국 민족문화 연구의 본산이 돼야 합니다.”

안병욱(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 원장은 취임 보름 만인 2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연이 그동안 한국학 중추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78년 정신문화연구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한중연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 한국학 보급과 확대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정치 현안에 자주 휘둘리면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안 원장은 한중연을 ‘체계가 없는 백화점’으로 평가하면서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만드는 한편, 재원과 인력 사정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안 원장은 “현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과제에는 학술과 학문이 빠져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민족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학술·학문에 관심을 기울여줘야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임 기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으로는 장서각에 있는 한글 기록유산 발굴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보완을 꼽았다.



고문헌 17만여 책을 보유한 한중연 장서각에는 180책으로 구성된 소설 ‘완월회맹연’과 동의보감 언해본을 비롯해 왕실과 민간에서 만든 한글 자료 5,000여 건이 있으나, 관련 연구는 미진한 상태다.

안 원장은 “한글 자료는 편지, 가례 문헌, 발기(물품의 목록을 적은 기록), 소설을 아우른다”며 “조선시대의 생활사를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한글 자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000만 명이 온라인에서 이용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한중연이 1980년부터 10년 6개월간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완성한 기록물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문화, 여성, 북한 분야의 증보와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중연은 내년부터 10년간 매년 2천 항목, 2만 매 분량의 글을 추가하고, 시청각 자료를 늘릴 방침이다.

그는 “당대와 후대에 모두 칭송받은 조선의 임금은 세종과 정조밖에 없다”면서 두 임금의 공통점은 집현전과 규장각을 통해 학술과 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정책을 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이어 “한국은 경제와 스포츠에서는 세계 10위권에 올랐지만, 대학 순위에서는 100위 안에 드는 학교가 거의 없다”며 “불교와 유교를 받아들여 세계적인 문명을 창출한 나라로서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한중연이 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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