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에서는 특성화고 졸업반 이민호군이 음료 공장에서 일하다 제품적재기에 목 부위가 끼여 목숨을 잃었다. 현장실습생에 불과했지만 이군은 기계 하나를 홀로 맡았고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에 달하는 날도 잦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에는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실습을 하던 특성화고생이 업무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학생은 애완동물학을 전공했지만 전공과 무관한 통신사에서 일했으며 그 중에서도 악명 높다는 ‘해지방어 부서’에서 일했다. 이와 같이 현장실습에 나선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이 부당노동에 시달리다 목숨까지 잃는 일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 4분기 현장실습 산업체 155곳을 감독한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거나 연장·연차수당을 안 준 곳이 22곳으로 14.2%에 달했다. 특성화고생의 실습환경이 나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11년 전인 2006년 발간된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2004년 교육고용패널자료’를 분석했을 당시 최저임금인 시간당 2,259원을 못 받는 실습생은 49.9%, 하루평균 노동시간이 8시간을 넘어가는 실습생이 50.2%였다.
정부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2년 4월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 2013년 8월 ‘학생안전과 학습중심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을 공개했다. 지난 8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후 첫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도 직업계고 현장실습제 개선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현장실습을 ‘취업’이 아닌 ‘학습’ 위주로 바꾸겠다며 실습 기간을 줄이고 실습생 신분도 ‘학생이자 근로자’가 아닌 ‘학생’으로 명확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정부 대책에도 실제 현장실습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28일 국무회의를 통해 “(8월 발표된) 개선방안이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것이긴 하지만 이번 제주사건을 보면 정책이 현장에서 왜곡되거나 흐지부지되는 것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에서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제을 폐지에 준하는 전면적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제도 재설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들로 이뤄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장실습을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실습 중 부당노동행위나 안전사고를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교육부와 고용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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