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위해 땀 흘리는 젊은이의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단 그 미래가 축복이 될지는 논외다. 얼마 전까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아무리 거세도 문학이나 문화예술 분야는 열외가 될 줄 알았다. 그 환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IBM의 인공지능(AI) ‘왓슨’이 3분20초짜리 공상과학 스릴러 영화 예고편 ‘모건(Morgan)’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하루면 충분했고 구글의 AI 추상화가 ‘딥 드림’이 그린 그림은 경매시장에서 1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커스 감독이나 박수근·이중섭 같은 화가도 AI가 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힘들여 학원 다니며 웹툰을 배우고 작가 교육을 받아도 순식간에 작품을 만들어내는 기계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시급 알바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미래다.
비단 그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앞으로 없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단순 노무직과 생산직·사무직이 될 것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사회계층으로 보면 중산층과 서민층이요, 고용 분야로는 제조업이다. 일시적 이탈이 아니라 항구적이고 복구 불가능한 탈락이다. 이들을 가장으로 둔 가정이라면 범죄 스릴러를 보는 듯한 공포에 빠질지도 모른다.
물론 모두가 똑같은 처지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회장의 자산이 100조원을 넘어 세계 최대 부호의 자리에 올라섰다. 단순히 경영을 잘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에게 1년도 안돼 20조원이라는 거금을 안겨준 주역은 드론과 로봇·AI로 무장한 온라인과 모바일 유통혁명. 예년 같으면 블랙프라이데이 때마다 상점 앞에서 길게 늘어섰던 대기 행렬이 없어진 모습은 미래를 앞당긴 현실의 단면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이 정도인데 기업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2년 전 7,000억달러가 넘었던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지금 1조달러를 넘보는 세상이다. ‘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라는 말이 단순한 신세타령만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변화가 경제에만 한정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디지털과 모바일,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으로 대변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정보를 독점의 굴레에서 해방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하나로 연결한다. 현대 권력의 핵심인 정보의 봉인이 해제되고 이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더는 익명 속에 숨을 필요도, 침묵으로 일관할 필요도 없다. 온라인에서 광장으로, 정치적 무관심에서 적극적 현실 참여로 표현하고 주장한다. 주권을 위탁한 대의민주주의가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미 강력한 영향력으로 무장한 대중이 양극화 해소에 대한 욕구를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와 올해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갈등은 그 전초전일 수 있다. 앞으로 더 세고 더 높게 밀려올 갈등의 쓰나미를 감당할 능력이 우리 사회에는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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