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1년 6월 이후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한 지 6년5개월 만에 금리 정책 기조를 변경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12월에 있을 미국의 금리 인상보다 먼저 금리를 높인 배경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본 유출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부동산 경기 과열과 늘어나는 가계부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먼저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수 있다. 이미 정부가 이자만 상환하던 종전의 대출 방식을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는 방법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대출도 규제하고 있어 금리가 급격히 인상될 경우 가계의 대출상환 부담이 늘어나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것이 우려된다.
부동산 가격의 경착륙과 경기 침체도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경기의 과열을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과 같이 미시적 대출 규제를 강화했으며 양도소득세율도 중과하는 정책을 사용했고 내년에는 보유세도 강화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까지 높일 경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소비가 감소하면서 경기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앞으로의 통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먼저 급격한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 물가 상승 없이 성장률만 높아지는 골디락스 경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미국 경제는 회복세가 완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되고 성장률도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경기를 다시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도록 부동산 규제 정책과 금리 정책을 보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용해온 대출 규제 강화 정책과 금리 인상 정책이 동시에 사용되면 부동산 가격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정부에서도 대출 완화 정책과 금리 인하 정책을 동시에 사용해 부동산 경기의 과열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시기에는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지 않도록 해 부동산 경기를 연착륙시키도록 할 필요가 있다.
환율 정책과의 조합도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금리 정책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자본 유출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금리를 높일 경우 국내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 과거 미국이 금리를 높이던 시기에 일본과 중국은 환율을 높여 대응해왔다. 환율을 높여 수출을 늘림으로써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내 경기 침체를 막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를 가지지 않아 자본 유출의 위험이 높은 우리는 환율을 높이는 정책을 사용할 수가 없다. 자본 유출을 피하면서 동시에 경기 침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환율의 변동 방향을 고려해 금리 인상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 자본 이동은 금리 차이와 환율의 변동 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지금과 같이 내려가는 기간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정책을 사용하면 자본 유출도 피하면서 국내 경기 침체도 막을 수 있다.
선진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한 외화 유동성 확보도 필요하다. 얼마 전 성사시킨 한국·캐나다 통화스와프와 같이 일본이나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경우 외환 유동성이 확보돼 자본 유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금리 정책의 초점을 경기 침체를 막는 데 둘 수 있고 금리 인상 속도 또한 늦출 수 있다.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됨에 따라 세계 경기도 곧 회복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해 청년실업이 1999년 이후 최대로 늘어나 있고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 때문에 수출 경기도 다시 위축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살아나는 경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가계부실을 피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지 않도록, 금리 인상 정책에서 통화당국의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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