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고위직 물갈이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인 출신 온건파가 장악했던 요직들은 군 출신 강경파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월30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대규모 행정부 고위직 및 백악관 참모진 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행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취임 1주년 때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교체 1순위로 거론된다. 석유업체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그는 대북·중동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온건한 메시지를 던지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와 줄곧 혼선을 빚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moron)’라고 지칭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교체는 시간 문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백악관에서 완전히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 시위와 유혈충돌 사태 때 백악관이 인종차별주의를 보다 강하게 규탄했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뒤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향력이 줄어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진행 중인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와 관련된 법적 문제를 이유로 사임할 가능성이 크다.
국무장관 후임으로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유력하다. 기갑부대 장교 출신인 폼페이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된다. CIA 국장 자리에는 톰 코튼 상원의원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상원의원 중 최연소인 그는 미 육군 101공수사단 출신으로 상원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로 꼽힌다.
1기 내각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월스트리트·기업 출신들의 세력이 쪼그라들고 군 출신 인사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 2년차의 대북정책은 지금보다 강경 기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미 중부사령부 장관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육군 중장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NSC) 등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 주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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