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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적폐청산 목표, 반칙 없는 사회 만드는 제도개혁 돼야"

고건 전 총리 회고록 출간 간담서 文 정부에 조언

공정사회 염원이 촛불민심 뜻

소선거구제 정치적 수명 다해

비례대표 확대·석폐율제 도입

대통령제 개선으로 개헌 가닥을





고건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회고록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촛불 민심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를 이뤄달라는 것이었다”며 “적폐청산의 목표도 바로 그것이다. 특권과 반칙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적폐청산의 근본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고건 회고록, 공인의 길’ 출판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본 소회와 현 정부에 대한 조언으로 이같이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30일 청와대의 요청으로 사회 원로 티타임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진언을 했다”며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가 국가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성역 없는 수사 천명과 국정 운영 시스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산업화 반세기, 민주화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고 있어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 틀을 만들어야 할 때였다”며 “하지만 그런 것을 무시한 보수 정부는 오만 불통했고 촛불이 일어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당사자(박 전 대통령)에게 제일 큰 책임이 있겠지만 그 사람을 뽑고 추동하면서 진영 대결에 앞장선 사람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며 “박근혜를 검증 안 하고 대통령으로 뽑은 것 아니냐. 보수 진영이 이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진영 대결의 논리이고 결과”라고 지적했다.



고 전 총리는 “이제 정말 시대의 발전 흐름을 봤을 때 현재가 변곡점”이라며 “보수·진보 모두 새로운 시대적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시점에서 집중해야 할 과제로 탈산업화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 즉 일자리 문제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고령 사회의 진전, 사회안전망 미비로 인한 소득 격차 확대를 지목했다.

또 그는 회고록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선을 주문했다. 현재의 소선거구제가 민주화에는 도움이 됐지만 지역 패권 정당이라는 폐단이 더 많다는 점에서다. 고 전 총리는 정치적 수명을 다한 소선거구제를 고쳐 비례대표를 늘리고 일본식 석패율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남북 대립 관계가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 내각책임제니 이원집정부제니 해서 새로 학습을 시작하거나 집을 짓다가 말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보다 “대통령제를 수선해 쓰는 방향으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그 과정에서 행정 각부의 실·국장급 인사권은 총리와 각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청와대로 인사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고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국정은 소통이더라’라는 제목으로 50년간 공인으로서의 소회와 경험·조언을 담은 책을 한 차례 냈다. 하지만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고 전 총리의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해결 경험을, 지난해 탄핵 사태 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국정 운영 경험을 책에서 얻으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책은 품절됐다./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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