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승리가 엿보인 압승이 있는가 하면 마지막 홀에서 승부가 결정된 짜릿한 진땀승도 있었다. 어쨌거나 한국여자골프 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은 다른 팀에 공포의 상징이 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팀은 1일 일본 나고야의 미요시CC(파72)에서 열린 여자프로골프 4개국 투어 대항전 ‘더 퀸즈’ 1라운드에서 4전 전승을 거뒀다. 승점 8의 한국은 이 대회 2연패 전망을 밝혔다.
더 퀸즈는 지난 2014년까지 열렸던 한일전이 확대 개편된 대회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붐 조성에 나선 일본은 호주와 유럽 투어를 끌어들여 2015년부터 매년 비시즌에 더 퀸즈 대회를 열고 있다. 1회 때는 일본이 한국과 대접전 끝에 우승했고 지난해 2회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크게 이겼다. 주최 측인 일본은 매년 경기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흥행을 위해 상위 두 팀이 마지막 날 싱글 매치로 결판을 내는 방식으로 지난해 변경했는데 한국에 1무7패로 망신을 당했다. 올해는 싱글 매치를 2라운드로 앞당기고 마지막 날은 상위 두 팀이 포섬(2명이 공 1개 번갈아 치기)을 벌이는 방식으로 또 바꿨다.
한국은 첫날 포볼(각자 공으로 경기해 좋은 스코어를 팀 점수로 채택)부터 차원 다른 경기력을 과시하며 승점을 싹쓸이했다. 고진영-오지현, 이정은-배선우 조는 각각 호주와 유럽 조의 손목을 간단히 비틀었다. 호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1승의 ‘전설’ 카리 웹(43)이 가세해 이 대회 첫 우승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나 첫날 1무3패로 승점 1에 머물렀다. 고진영-오지현 조는 웹-해나 그린 조를 4&3(3홀 남기고 4홀 차)로 눌렀다. 첫 홀을 지고 들어가 3번홀까지 1홀 차로 뒤졌으나 6번홀에서 역전에 성공, 15번홀에서 일찌감치 경기를 끝냈다.
올 시즌 KLPGA 투어 6관왕(인기상·기자상 포함)에 빛나는 이정은은 이 대회에 처음 출전, 선배 배선우와 호흡을 맞춰 첫판부터 대승을 챙겼다. 유럽의 칼리 부스-올라피아 크리스틴스도티르 조를 역시 4&3로 꺾은 것. 7번홀에 이미 5홀 차로 벌어져 있었다.
김하늘-김지현(롯데) 조의 승리가 가장 극적이었다. 11번홀까지만 해도 2타 차 열세였으나 16번홀(파3)에서 김하늘이 버디로 올스퀘어(동점)를 만들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는 김지현이 9m짜리 끝내기 버디 퍼트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상대가 숙적 일본(나리타 미스즈-히가 마미코)이라 승점 2 이상의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김하늘은 일본 투어 소속이지만 국적이 기준인 대회 규정상 KLPGA 대표팀에 합류해 주장까지 맡았다. 김해림-김지현(한화) 조도 유럽의 멜리사 리드-애나벨 디모크 조와 접전 끝에 무서운 뒷심을 발휘, 3&1(1홀 남기고 3홀 차)의 승리를 가져갔다.
일본은 2승1무1패의 승점 5를 기록, 2위로 출발했다. 올 시즌 일본 투어 상금왕 스즈키 아이가 가와기시 후미카와 팀을 이뤘지만 호주의 캐서린 커크-휘트니 힐리어 조에게 막판 동점을 내주고 비겼다. 유럽은 2점. 2라운드는 한국이 포볼보다 더 자신 있어 하는 1대1 매치다. 김하늘은 “우리나라 선수들은 싱글 매치에 유독 강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승점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마지막 날 결승은 이틀 합산 1·2위 팀이 ‘제로 베이스’에서 겨룬다. 대회 총상금은 1억엔이며 우승팀에는 4,500만엔이 주어진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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