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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단순노동 반복되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생들 꿈 키울 수 있게 변화 필요"

'컴퓨터시스템' 유일한 명장 유형근 서울과기대 겸임교수

기업, 학생에게 허드렛일만 시키고

R&D과제 가산점·稅혜택만 보려해

국가직무능력표준 맞춘 교육 필요

유형근 서울과기대 겸임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얼마 전 특성화고 학생이 산업체 현장실습 중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죠. 기업들이 학생들에게 허드렛일만 시키고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서 가산점이나 세제혜택만 보려는 경향이 있어요.”

유형근(54)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자IT미디어공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가려면 과학기술 R&D뿐만 아니라 숙련된 현장 엔지니어를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공고 출신으로 ‘컴퓨터 시스템’ 직종의 유일한 명장인 그는 현장을 다니다 보면 특성화고 학생이나 졸업생이 근무환경도 열악하고 기술도 배우는 게 별로 없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넌 신입이라 몰라’라며 포장이라든지 일반 직원들이 기피하는 막노동을 시키죠. 최근에 현장실습에서 안타깝게 숨진 고등학생처럼 위험에도 노출돼 있고요. 현장에서 가치를 느끼고 보람을 갖고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환경이 안 돼 있어요.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것도 한정적이고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죠.”



그는 산업 현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지식·기술·소양을 체계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맞춰 산업체와 학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NCS 개발심의위원으로 현장실사를 많이 하는데 현장에서 체계적인 기술개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그날그날 생산량 맞추는 데 급급하다”며 “학교에서도 독일 등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한 NCS에 맞춰 철저히 교육해야 하고 기업에서도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체제를 가동할 때 형식적으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 매우 열악했던 교육여건을 상기하며 그때보다는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나 꿈을 키워가는 측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저는 비교적 일찍 철이 들어서인지 공고도 스스로 택하고 2학년 때 전자기기 국가기술자격증도 취득했죠. 그게 씨앗이 돼 LG전자에 입사해 부러움도 샀고 이후 명장도 됐습니다만, 과연 오늘날 특성화고 교육과 현장실습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요.”

물론 그는 반도체·애니메이션·로봇·물류·세무·정보통신 등 언론에 심심찮게 소개되는 직업교육 특성화고의 성공 사례도 곁들이며 “(470여개의) 모든 특성화고가 열악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마이스터(전문가·장인)를 우대하는 독일의 사회풍토를 롤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학교나 공공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이 국가기술자격증을 따도록 하는 등 충분히 교육시켜 사회에 내보내고 현장에서도 일·학습 병행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심각한 대졸 취업난을 거론하며 경제 구조적 문제점과 함께 부모들의 ‘사농공상’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점점 사무직과 생산직의 벽이 무너지며 기술이 우선시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여전히 부모들은 못 살았던 시대의 ‘사농공상’ 의식구조를 갖고 사무직을 선호한다”며 “자녀가 관심을 갖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학도 학점 위주로 안일하게 운영돼서는 안 되고 융합 교육, 창의력 교육, 산학연계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지방대 중 살아남기 위해 의사소통도 안 되는 중국 유학생을 불러 학위장사를 하는 곳도 적지 않은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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