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 첫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돈꽃’(극본 이명희, 연출 김희원)은 방송 6회 만에 최고 시청률 15.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첫 회 10.3%에서 시작한 이후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작 ‘도둑놈 도둑님’이 내내 10%대의 성적을 기록하다 마지막 회에서야 13%를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돈꽃’의 흥행은 한 가지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가볍지 않은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이 그야말로 삼위일체다. 그중 배우들의 열연은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알맞은 합을 이루고 있는데, 든든한 중심축을 담당하는 이는 단연 장혁이다.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극 중 장혁이 맡은 강필주는 재벌가인 청아그룹의 핵심 키맨이다. 고아원 출신에서 법무팀 상무까지 오른, 그룹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강필주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이들과 관계를 맺는다. 청아그룹 재벌 3세 장부천(장승조 분)을 뒤에서 움직이는 실세이며 나모현(박세영 분)의 첫사랑이자 그의 결혼을 조작하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동시에 중견 배우와도 밀리지 않는 호흡을 자랑한다. 청아그룹 창업자 장국환(이순재 분)과 유일하게 맞설 능력과 기백이 있으며, 장부천의 엄마이자 이사인 정말란(이미숙 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오른팔이다.
장혁은 이 모든 관계에서 정확한 중심을 잡고 때에 따라 알맞은 가면을 쓴다. 먼저 냉철한 설계자의 가면이다. SBS ‘마이더스’ 이후 오랜만에 기업형 드라마에 출연한 장혁은 그동안 쌓인 내공만큼이나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지난 6회 방송에서 강필주는 일부러 차명 주식을 샀다는 정보를 흘려 정말란에게 비자금 관리권을 안겨줬다. 이 때 장혁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과 위압감 넘치는 눈빛으로 인물의 신뢰감을 높였다.
그런가하면 어느 순간에는 슬픔과 분노에 가득 찬 복수의 가면을 쓰기도 한다. 사실 강필주는 청아그룹의 숨겨진 핏줄. 장부천과 정말란을 조종해 청아그룹을 온전히 손에 넣는 것이 그의 최종 목적이다. 장혁은 죽은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눈빛 속에 눌러 담으면서 복잡하고도 처절한 심경을 드러냈다.
동시에 애틋한 멜로의 가면까지 소화했다. 강필주가 청아그룹을 좌지우지하기 위해서는 강필주와 나모현의 결혼을 성사돼야만 하는 상황. 그러나 강필주에게 나모현은 과거부터 인연이 있던, 지켜만 봐도 안타까운 사랑하는 여인이다. 장혁은 항상 나모현의 주위를 맴돌며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필요한 순간 나타나는 강필주의 순정을 촉촉한 눈망울로 담아냈다.
지난 방송에서 정말란은 강필주에 대한 의심을 품고 그의 유전자가 청아그룹의 것과 일치하는지 검사를 마쳤다. 이제 두 사람의 대면이 눈앞으로 다가 온 상황. ‘돈꽃’ 제작진이 “강필주와 장부천 사이 숨겨져 있던 충격적 진실이 드러난다”며 기대를 높인 만큼 반전 스토리와 함께 더욱 강렬해질 장혁의 열연이 기대된다.
한편 ‘돈꽃’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 방송.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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