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칼’로 주목 받은 김규나가 등단 10년 만에 첫 장편소설인 ‘트러스트미’를 내놓았다.
관계의 단절과 상실의 고통을 마주한 한 남자가 죽음이라는 역설적인 방법으로 삶의 가능성을 회복하는 작품이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서사,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보유한 문장이 특히 돋보인다.
지하철 5호선 기관사인 강무훤은 모델 지망생인 유리가 런웨이에 설 수 없는 걸음걸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전철에 뛰어드는 자살을 시도하면서 평화롭던 그의 삶도 한꺼번에 파괴된다. 그 사건 이후 강무훤의 왼쪽 눈에 어느 날 장미가시처럼 연약하고 푸릇한 가시가 돋는다. 가시는 곧 열대과일 람부탄처럼 수십 개로 늘어나고 결국 병원을 찾지만 세계적 권위를 가졌다는 안과 전문의는 그에게 적출을 권한다.
‘트러스트미’는 5일 간 죽음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탄탄하고 밀도 높은 전개로 끝까지 힘 있게 달려간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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