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42·미국)가 돌아왔다. 성공적인 재기를 반신반의하던 골프계의 시선은 이제 그가 우승으로 ‘진짜’ 돌아올 시점이 언제인지에 쏠리고 있다.
우즈는 4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히어로 월드챌린지에서 공동 9위를 차지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79승을 거둔 전(前) 세계랭킹 1위의 명성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지만 성공적인 복귀전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4월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받은 우즈는 이번이 지난 2월 유럽 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이후 10개월 만의 실전이었다. 2015년 8월 이후 2년여 동안 사실상 정상적인 대회 출전을 하지 못했다.
우즈는 이날 바하마 나소의 올버니GC(파72·7,302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했다. 1·2라운드에서 69-68타를 치며 순조롭게 출발한 그는 전날 3라운드에서 75타로 삐끗했지만 이날 다시 4타를 줄이는 선전을 펼쳐 합격점을 받았다. 히어로 월드챌린지는 PGA 투어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세계랭킹 산정에 포함되는 공식 이벤트로 최정상급 선수 18명만 출전했다.
우즈는 이번 대회를 통해 건강을 확인시켰다. 무엇보다도 허리 통증이 없었다. 우즈가 4라운드 대회를 완주한 것은 지난해 이 대회 이후 1년 만이다. 지난해 이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4타를 까먹으며 15위(4언더파 284타)로 마쳐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던 것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다. 이날 기록한 4언더파는 최종라운드 성적으로는 2015년 8월 PGA 투어 퀴큰론스 내셔널 이후 가장 좋았다.
경기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우즈는 이번 대회 나흘 동안 버디 17개와 이글 2개를 잡아냈다. 버디는 지난해의 24개에 비해 줄었지만 2라운드 9번홀(파5)과 4라운드 7번홀(파4)에서 이글을 기록해 ‘위용’ 면에서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볼 스피드가 시속 290㎞로 최정상급에 도달했다는 것도 긍정적이었다. 다만 11개의 보기와 1개의 더블보기를 범해 과제도 남겼다. 그린 주변에서 여러 차례 칩샷 실수를 하는 등 정교하지 못한 쇼트게임이 주요 원인이었다.
변수는 허리 통증 재발 여부다. 우즈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로 복귀했으나 올해 1월 PGA 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컷오프되고 2월 데저트 클래식 1라운드 후 허리 통증으로 기권한 뒤 코스를 떠났다. 우즈는 “내년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으며 얼마나 많은 대회에 나갈 것인지는 여러 상황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자신의 최종일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색 셔츠를 입고 나온 우즈는 전반 9개 홀에서 5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렀다. 버디 3개를 골랐고 7번홀(파4·350야드)에서 드라이버 샷으로 볼을 그린에 올린 뒤 7m 남짓한 이글 퍼트를 홀에 떨궜다. 10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낸 그는 11·14·15번홀 버디로 만회했지만 17·18번홀에서 1타씩을 잃었다. 우즈는 경기 후 “4라운드를 모두 마칠 수 있을 것으로는 예상했으나 점수와 통증이 문제였다”면서 “아이언 샷이 다소 보완해야 할 부분이지만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와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자평했다. 세계랭킹이 1,199위까지 떨어졌던 우즈는 668위로 점프했다.
한편 리키 파울러(미국)가 18언더파로 정상에 올라 100만달러(약 10억8,0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PGA 투어 통산 4승의 파울러는 11언더파 61타를 몰아쳐 제자리걸음에 그친 전날 선두 찰리 호프먼(미국·14언더파)을 4타 차로 따돌렸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