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가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창업입니다. 다만 직업 찾기와 경력 쌓기를 위한 창업이 아닌 교육의 한 방법으로서의 창업이 필요합니다.”
창업교육 업체 OEC의 장영화(46·사진) 대표는 최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미래 인재’ 콘퍼런스에서 청소년을 비롯해 청년들이 자신의 직업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기업가정신(앙트러프러너십)을 미리 체득하는 것이 지금 일자리 절벽과 미래 기술혁명을 대비하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창업의 시대지만 모두가 창업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장 대표는 미래 세대가 살아가는 동안 창업과 유사한 형태의 경험이 한번쯤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참여하는 교육,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 실행과 소통 등이 곧 창업과정과 같다”며 “이것이 변화와 창조의 앙트러프러너십”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를 줄여 ‘앙트십’으로 부른다. 지난 2010년 당시 스타트업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때 세운 청소년·대학생 대상 창업교육 업체 이름도 앙트십을 함양한다는 의미로 ‘오픈앙트러프러너센터(OEC)’로 지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이다. 시민운동 변호사들이 세운 로펌 다산에서 기업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창업에 뜻을 두고 3년 만에 나왔다. 처음 차린 법률사무소는 오래가지 못했고 당시 제주에서 창업 재도전을 준비하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의 도움을 받아 창업교육과 혁신기업가를 돕는 스타트업을 세웠다. 그는 “창업을 돕는 스타트업을 꾸려가며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내일이 예측되지 않는 하루하루가 오히려 즐겁다”고 소감을 말했다.
OEC는 주로 청소년 대상 창업캠프, 기업 워크숍 등 ‘앙트십’을 교육한다. 그는 “실제 창업이 아닌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의 창업”이라며 “이제는 청소년들을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과감히 도전하는 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현재 프로그램 코딩 열풍이 불지만 머지않아 복잡한 코딩도 누구나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정보기술이 나올 테고 그때는 일반기술자 코더는 필요하지 않은 반면 문제해결형·창의형 코더가 필요해진다. 장 대표는 “기계 알고리즘이 할 수 없는 일이 곧 창업가가 할 일이 될 것”이라며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처럼 기존 체제에서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영역을 규제하기 어렵기에 법적인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발상이 각광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창업 인재매칭 사업도 한다. 교육 수료생들을 인력이 필요한 스타트업과 연결해준다. 지난해 6월 이후 이렇게 취업한 인재가 200명을 넘는다. 그는 “헝그리 정신을 키우고 닥치는 대로 일하는 거친 환경도 좋은 교육경험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씨앗보부상’으로 부르는 장 대표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앙트십’ 인재 교육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세상의 길을 만들어가는 능력은 기업 인재상과도 일치한다”며 “사내에 기업가정신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CEO의 인식변화가 우선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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