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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저층주거지가 재생되려면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주요 목표는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이 모여 있는 저층 주거지의 주거환경을 아파트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는 경로당·어린이집·놀이터·운동시설, 작은 도서관 같은 주민공동시설 확보 기준이 정해져 있으며 총량 범위 내에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구성이 가능하다. 민간 아파트 단지는 상품성을 위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주민공동시설 수준의 향상이 경쟁적으로 진행돼왔다. 임대아파트도 주민복지 차원에서 주민공동시설 공급이 이뤄졌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주거환경만큼은 일반 주거지보다 더 나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저층 주거지는 지난 1960~198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 당시 조성된 후 주민공동시설이 추가로 확보되거나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기반시설 개선 없이 인구와 밀도가 증가하면서 주거환경이 악화됐다. 특히 노상주차장 설치는 공동체의 거점인 생활가로의 소멸로 이어졌다. 재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은 지역에서는 건물 유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노후화가 가속화됐다. 최근 공원 확보 기준을 순수 녹지까지 포함한 주거 지역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 개정으로 생활권 공원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저층 주거지의 주거환경이 더욱 악화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저층 주거지는 동네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 서구의 기초 주거구역 단위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도보 생활권의 ‘근린주구’라면 우리나라는 물을 나눠 마시는 ‘우물(洞)’을 중심으로 보행 가능한 거리 내의 생활공동체인 ‘동네’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저층 주거지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시설은 주차장·쓰레기처리시설(폐기물보관시설)·공원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주차장이 마련돼야 노상주차장이 본래의 동네 길 모습으로 되돌아가 아이들과 노인들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쓰레기처리시설의 설치는 위생 문제와 주민들 간의 갈등 해결뿐만 아니라 쾌적한 보행의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저층 주거지의 생활가로인 동네 길과 골목이 다시 생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주민들이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필요한 주민공동시설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동네에 대한 애착이 생기며 주택을 개량하는 건축재생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주민공동시설이 우물의 역할을 대신한다. 주민들이 공유하고 함께 이용하는 이 시설이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동네의 랜드마크로 조성될 수 있게 하려면 동네 길부터 보행 친화 공간으로 가꿔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차장과 쓰레기처리시설 공급이 필요하다. 저층 주거지에 동네 길을 되살리고 주민공동시설을 공급하는 것은 아파트와는 다른 도시 공동체인 동네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마중물이며 주거환경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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