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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이한 대응이 부른 美 철강 반덤핑 관세 폭탄

한국 철강업계가 미국에서 예상치 못한 반덤핑관세 폭탄을 맞았다. 미국 상무부는 볼트·너트 등에 사용되는 한국산 철강 선재에 대해 원래 10.09%였던 반덤핑 예비관세를 지난달 말 40.8%로 크게 높였다. 최초 예비판정 결과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선재 판매가격을 달러로 통일해 비교하지 않았다는 미국 철강업계의 주장을 미 상무부가 ‘행정오류’라는 표현을 쓰며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반덤핑관세를 받았다며 안도하고 있던 국내 철강업체들로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가뜩이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미 철강 수출에 악재가 쌓여만 간다.

이 같은 조짐은 오래전부터 예고돼왔다. 미 상무부는 당초 8%였던 국내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예비관세를 올 4월 24.9%, 지난달에는 46.7%까지 올렸다. 국제무역위원회(ITC) 역시 지난달 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특허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넷리스트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지 불과 보름 만이다. 힘으로라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속마음을 드러낸 셈이다. 한국 기업을 겨냥한 무차별 공습이 잇따르는데 정작 우리는 ‘설마’ 하고 있었으니 대응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미국의 통상 압력은 이게 끝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의 칼끝은 이미 자동차나 태양광·화학·제약 등 또 다른 분야를 겨냥하고 있다. 조만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시작된다. 이달 18일 국회에 협상 목표와 대응 방향을 담은 한미 FTA 개정 계획을 보고하면 국내 절차가 완료되고 내년에는 본격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시장 개방과 한국의 무역흑자 축소를 요구하는 미국의 공세가 거세질 게 뻔하다. 이번에도 바라만 보다 당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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