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가 컨테이너를 겹겹이 쌓아 만든 최신 공간에 이화여대 앞 노점상들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5일 서대문구는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 쉼터에 컨테이너로 쌓은 ‘신촌 박스퀘어’를 만들어 노점상을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스퀘어’는 컨테이너를 의미하는 박스(Box)와 광장을 뜻하는 스퀘어(Square)를 합친 신조어다. 서대문구는 박스퀘어를 지역 명물로 만들겠다는 의견이다.
이대 앞 노점상은 1980년대부터 생기기 시작해 30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이대 정문 앞에서 2호선 이대역까지 220m 구간에 45개 노점이 몰려있다. 최근 노점이 학생들의 통학로 확보에 방해가 되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역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할 구청인 서대문구는 인근 점포 상인들과의 갈등 및 길거리 LPG 통으로 인한 안전 문제로 노점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노점 정비는 강제로 점포를 철거하거나 규격에 맞춘 판매대에서만 영업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대문구는 다른 해결책을 꾀했다. ‘박스퀘어’라는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 불법 노점상들을 입주시키고, 이들이 안정적 자영업자로 영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5월 완공이 목표인 박스퀘어에는 이대 앞 노점상 45명과 청년창업자 19명이 입주한다. 서대문구는 떡볶이와 닭강정에 편중된 기존 노점 메뉴를 수제 맥주, 커피, 간식 등 경쟁력 있는 먹거리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노점상의 안정적 영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상권 분석 및 재창업 교육도 진행하기로 했다. 유명 셰프를 초빙해 개별 지도도 해줄 계획이다. 박스퀘어 조성에는 서대문구 예산 28억5,000만 원이 들어간다.
노점상 단체들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박스퀘어가 들어서는 곳이 이대 앞보다 유동인구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재창업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은 업종을 바꿔야 한다. 노점상들은 주로 50대 이상이기 때문에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서대문구는 기존 노점상들이 모두 박스퀘어에 입주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상인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신뢰를 형성해 도심 가로정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며 “이대 앞 상권을 박스퀘어를 통해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이대 앞 노점상이 옮겨가면 노후 하수관과 가로수(은행나무)를 정비하고 조명·보도블록을 바꿔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 계획이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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