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은 어디까지나 친선대회지만 단순한 친선전 이상이다. 월드컵 조 편성 확정 이후 첫 실전인데다 2년4개월 만에 열리는 한일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6개월여 앞둔 신태용호가 일본·중국·북한을 상대로 스파링에 나선다. 대표팀은 6일 일본 도쿄로 출국해 9일 중국, 12일 북한, 16일 일본과 차례로 맞붙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하는 A매치 기간이 아니라 유럽파는 모이지 못했다. 대신 K리그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리거들이 내년 러시아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한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 무엇보다 지난 2일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F조로 확정된 후 처음 치르는 공식 경기다. 본선에서 상대할 독일·멕시코·스웨덴도 동아시안컵을 주시하며 본선 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북한은 월드컵 탈락팀이지만 16일에 있을 일본전은 본선 진출팀과의 평가전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일본에도 소중한 기회다. 조 추첨식에서 일본은 폴란드·세네갈·콜롬비아와 H조에 묶였다. 당시 32개국 중 한국과 일본만 남은 가운데 한국의 F조가 결정되면서 일본은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이는 마지막 조에 들어갔다. 역시 유럽파가 빠진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일본은 전원이 국내파인 J리거다.
성인 대표팀 간 한일전은 지난 2015년 8월5일 이후 2년4개월여 만이다. 중국 우한에서 열렸던 동아시안컵이었고 결과는 1대1 무승부였다. 한국은 역대 77차례의 한일전에서 40승23무14패로 크게 앞서 있지만 최근 5경기에서는 3무2패로 열세다. 마지막 승리를 돌아보려면 박지성과 박주영이 득점했던 2010년 5월 원정 평가전(2대0 승)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번 일본과의 경기는 신 감독 부임 이후 첫 한일전이기도 하다. 신 감독은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기 문제도 있는 만큼 일본은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3일 조 추첨식에서 돌아오자마자 울산의 대표팀 캠프에 합류해 대회 막바지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번 대회의 점검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손흥민(토트넘), 이근호(강원)가 한발 앞서 있는 공격수 경쟁에서 또 다른 후보를 발굴하는 것이 첫 번째다. 21세에 불과하지만 대표팀 수비의 핵으로까지 불리는 김민재(전북)의 컨디션 점검이 그다음이며 주전 골키퍼 경쟁구도도 관전 포인트다. 신 감독은 최근 평가전에서 눈도장을 받은 이근호 외에 김신욱(전북), 이정협(부산), 진성욱(제주)을 불러 시험대에 올린다. 황희찬(잘츠부르크), 석현준(트루아) 등 유럽파 공격수들이 잇따라 골 소식을 전해온 터라 국내파 공격수들은 이를 악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놀라운 안정감을 선보인 김민재는 무릎 수술 뒤 회복 중이다. 이 때문에 경기에 투입될 가능성은 낮지만 신 감독은 “월드컵에 데려갈 선수”라며 엔트리에 포함했다. 수비진은 이미 K리거와 중국파의 조합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남은 기간 조직력 강화가 숙제다. 골키퍼 조현우(대구)는 이번 대회에서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본격적인 경쟁구도를 만든다는 각오다. 조현우는 A매치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세르비아와의 국내 평가전에서 ‘슈퍼 세이브’로 화제를 몰고 왔다.
남자 대표팀이 전 경기를 치를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은 J리그 FC도쿄와 도쿄 베르디의 공동 홈구장으로 4만9,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여자 대표팀 경기장은 지바의 소가스포츠파크이며 8일 일본과 첫 경기를 치른다. 이어 11일 북한, 15일 중국 순으로 만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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