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협상을 주도한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막판에 무더기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예산을 볼모로 밀실에서 지역구 민원 끼워 넣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감시·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경우 성남 수정경찰서 고등파출소 신축 예산 30억9,500만원이 증액됐다. 경북 안동을 지역구로 둔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안동대 도시가스 인입 배관 설치 예산으로 15억원, 안동과 순천의 국립민속박물관 건립 타당성 연구 예산으로 3억원을 새로 따냈다. 앞서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 예산을 늘려주지 않으면 여야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기획재정부 국장을 압박했다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무 협상을 전담한 3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의 예산도 막판에 대거 증액됐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역구 예산 증액 요구에 소소위원회 협상이 지체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민원 예산 증액이 회의록도 남지 않는 원내지도부 회동이나 예결특위 소소위 협상 과정에서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매년 이 같은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의원들은 오히려 언론의 비판을 역으로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중앙지에서 쪽지 예산을 비판하면 지역지는 이를 1면에 보도한다”면서 “지역구 예산을 챙겨야 향후 선거에서 유리하다 보니 오히려 비판해주는 기사를 좋아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됐다”고 꼬집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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