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13년 간 누워 지냈던 환자가 약을 바꾼 뒤 1주일 만에 두 발로 걷는 일이 벌어졌다. 환자의 가족은 오진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뇌성마비를 진단했던 대학병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법원은 병원 측에 1억 원을 배상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만 3세가 넘을 때까지 까치발로 걷는 등 장애를 겪은 A(20)양은 부모와 함께 2001년 대구 한 대학병원을 방문했다. 진단 결과는 뇌성마비였다. 여러 차례 입원치료도 받고 국내외 병원을 전전했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뇌병변 장애 1급 판정까지 받았다.
체념한 채 살았던 A양 가족은 5년 전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 7월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맡은 물리치료사가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의료진은 MRI 사진을 보고 뇌성마비가 아닌 ‘도파반응성 근육긴장이상’으로 진단했다.
‘세가와병’으로 알려진 이 병은 대부분 소아 연령에서 나타난다. 신경전달 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 이상으로 도파민 생성이 감소해 발생하며 소량 도파민 약물로 장기적인 합병증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A씨는 병원 측이 다시 처방한 약을 먹고 일주일 만에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됐다. A씨와 A씨 아버지는 2015년 10월 뇌성마비로 진단한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년여 동안 법정공방을 벌였다. 의료 관련 전담 재판부인 신안재 대구지법 민사11부 부장판사는 6일 피고 측이 원고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며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디지털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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