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정국이 끝나면서 정치권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 준비 모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지방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고 조직 점검과 후보군 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에 맞춰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을 포함한 예비주자들이 속속 출마 채비를 서두르면서 지방선거 레이스의 열기도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8일부터 현역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을 대상으로 자체 면접평가를 실시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윤장현 광주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송하진 전북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등이 평가 대상이다. 면접평가를 거쳐 하위 20%의 성적을 받는 지자체장에게는 공천 과정에서 페널티를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초기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내년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만큼 현역 지자체장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야당들도 지방선거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의당은 원내대표를 지낸 주승용 의원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지방선거 전략 구상에 돌입했다. 제2창당위원회에 속해 있던 지방선거기획단준비위원회를 별도 조직인 지방선거기획단으로 새롭게 꾸리고 늦어도 내년 초까지 조기 공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바른정당도 이달 말 지방선거기획단과 인재영입위원회를 동시에 출범시켜 지방선거 준비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당내 개혁으로 선거 준비가 늦어진 자유한국당은 지방조직 정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5일 중앙직능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지방선거에 대비한 풀뿌리 조직 강화에 나선 홍준표 대표는 “한국 정당의 복원력은 참으로 무섭다”며 “전국 당협을 정비해 지방선거에 임할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직접 선수로 뛸 후보군들도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서울시장의 경우 박원순 현 시장이 사실상 3선 도전으로 마음을 굳힌 가운데 여당 내 소속 의원들 간의 물밑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 시내 명소를 도는 ‘서울을 걷다’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또 3선의 민병두 의원과 재선의 전현희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86그룹’의 대표주자인 우상호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꾸준히 시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은 당내 주자들이 넘쳐나면서 서울시장 본선보다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은 대선 직행 티켓으로 여겨지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야권의 잠룡들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시와 더불어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지사는 남경필 현 지사에 맞서 여당 내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전해철 민주당 의원의 2파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안희정 지사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예상되는 충남지사 자리에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양승조 민주당 의원, 복기왕 아산시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역시 홍준표 대표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는 정치 거물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의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 밖에 다른 지역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놓고도 여야 각 당의 물밑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현상·류호기자 kim01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