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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장기 받은 분 만난다면 푸짐한 음식 대접하고파"

장기기증자-이식인 간 정보·서신교류 불가해

유가족들 어렵게 기증 결정하고도 비난 받고

이식인 안부 몰라 답답…편지라도 쓰고 싶어

"담당기관 매개해 서신·최소한의 정보 허락해달라"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 예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기석이는 중학교 때 6명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떠났어요. 이식 받은 분들 소식을 들을 길이 없어 저 혼자만 ‘우리 기석이가 좋은 사람들에게 가서 잘 지내고 있겠지’ 생각했지만…. 만약 미국처럼 이식 받은 분들을 만난다면 기석이가 좋아했던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고 싶어요. 맛있게 먹는 모습만 볼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지난 2011년 뇌사로 아들 김기석군을 떠나보낸 아버지 김태현(57)씨는 아들을 떠올리다 눈물을 떨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8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예우 촉구 기자회견 ‘잘 지내고 있나요?’를 열고 “장기기증인과 이식인 간 편지교류 및 최소한의 정보 교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김씨와 같은 유가족 8명이 발언과 영상을 통해 자녀들의 장기기증 사례를 소개했다.

2011년 뇌출혈로 사망한 아들 이종훈씨의 어머니 장부순(74)씨는 ”장기 4개를 기증하는 데 동의했지만 주변에서 ‘엄마가 어떻게 장기기증을 할 수 있냐’는 비난을 수없이 받았다“며 ”너무 힘들고 괴로워 한 번이라도 ‘잘했다’는 말을 듣길 간절하게 기다렸다“고 전했다. 장씨는 뇌사자 유가족모임 ‘도너패밀리’를 만나 장기이식인들의 생활을 접한 뒤 위로와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이 시행된 후 지난 2016년까지 약 10년간 집계된 뇌사장기기증자는 4,172명에 이른다. 그러나 기증인과 이식인 간 교류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유가족들은 장기를 기증받은 이식인이 잘 살고 있는지, 변화가 있는지 등 안부를 알 방법은 전무하다. 교류를 악용한 장기밀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지만 매개 기관을 통한 간단한 익명 서신 교류조차도 허용되지 않고 있어 유가족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지난 2015년 유가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유가족들이 가장 바라는 예우는 ‘이식인과의 만남’이었다. 미국·영국 등 장기기증이 활발한 국가는 뇌사 장기기증 후 ‘기증자 가족 지원서비스’를 통해 유가족과 이식인 간 편지교류를 허용하고 있다. 매개 기관 중재 아래 장기 이식인의 신원과 건강상태, 기증받은 후 변화상태 등을 편지를 통해 전달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미국 시애틀에서 버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김하람(사망 당시 20세)씨의 아버지 김순원 목사는 미국 북서부 장기기증센터를 통해 이식인의 감사편지를 받았다. 이식인들은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며 감격을 전했다. 김 목사는 “딸의 죽음은 절망적이었지만 이식인들의 모습을 보고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은 이식인을 보면서 ‘죽은 내 자녀가 이 사람의 생을 통해 이어지는구나’ 하는 위로를 얻는다”며 “어렵게 내린 결정을 응원해 주고 궁금증을 해소해 주면 자부심을 가지고 이웃에게도 기증을 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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