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최승호 뉴스타파 PD를 MBC 사장 내정자로 선정했다. 이후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승호 내정자를 MBC 신임사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지난 1986년 MBC에 입사한 최승호 신임사장은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에 책임프로듀서로 임했으며 해직 후에는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PD와 앵커로 활동했다.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연출해 정부의 언론 장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 배현진 앵커는 “MBC는 오늘 주주총회를 열고 최승호 뉴스타파 PD를 신임 MBC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최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13일 해임된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잔여임기인 2020년까지다”라고 선임 소식을 직접 브리핑했다.
이는 김장겸 전 MBC 사장 해임안이 가결 됐을 때와 비슷한 상황. 당시 배현진 앵커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와 MBC 주주총회가 김장겸 사장을 해임했다”며 “정치권의 반응은 사필귀정이라는 환영의 목소리와 원천 무효라는 반발이 엇갈렸다”고 해임 소식을 담담하게 전했다.
배현진 앵커의 이 같은 브리핑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지난 2012년 MBC 총파업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배현진 앵커는 파업에 동참했다가 100여 일이 지난 후 돌연 파업 철회 및 노조 탈퇴를 선언하며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당시 ‘뉴스데스크’로 복귀한 배현진 앵커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뉴스데스크’의 최장수 앵커직을 맡고 있다. 지난 8월 MBC 아나운서 27일이 총파업을 위해 제작 거부를 선언할 때도 배현진 앵커는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과 함께 제작 거부 명단에서 빠져있었다.
이후 배현진 앵커는 MBC 파업을 지지하는 이들과 수차례 갈등을 빚었다. 한 기자는 배현진 앵커에게 양치하면서 물을 끄라고 지적했다가 타 부서로 발령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또 다른 아나운서도 배현진 앵커와 갈등이 있은 후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승호 신임사장도 앞서 뉴스타파 PD 시절 자신의 SNS에 “선배기자가 조사를 받는 등 고초를 당하고 마침내 비제작부서로 쫓겨나는 과정에서 배현진 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영원히 MBC 앵커로 여왕처럼 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라는 비판의 글을 올렸다.
MBC 노조는 지난 9월 4일 김장겸 사장 및 경영진의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두 달 여 만에 김장겸 전 MBC 사장이 해임됐고, 노조는 일터로 복귀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 및 배현진 앵커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지난달 27일, 배현진 앵커는 TV조선 이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신동욱 전 SBS 앵커가 TV조선으로 이적하면서 함께 이적설이 불거진 것. 당시 MBC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최승호 신임사장 선임으로 인해 배현진 앵커가 계속 MBC에 머무를지 다시금 시선이 모이는 상황.
최승호 신임사장이 8일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신동호 국장 및 배현진 앵커에 책임을 묻고 새로운 앵커 체제를 마련할 것이라고 예상한 가운데, 그의 향후 행보에 모인 관심은 당분간 꺼지지 않을 전망. 그가 김장겸 전 MBC 사장 해임안 소식을 전하면서 언급한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본인에게도 적용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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