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에서, 설상에서, 그리고 트랙에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태극전사들의 힘찬 발걸음이 이어졌다. ‘빙속황제’ 이승훈(29·대한항공)은 매스스타트 최강자의 위용을 과시했고 ‘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는 전성기 기량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또 설상 종목 첫 메달을 꿈꾸는 스노보드의 이상호(22·한국체대)와 ‘스켈레톤 천제’ 윤성빈(23·강원도청)은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매스스타트 세계 1위 이승훈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무서운 막판 스퍼트를 펼치며 1위로 들어왔다. 초반에 잠시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끌던 이승훈은 곧바로 후미로 처져 판도를 살폈다. 러시아 다닐라 세메리코프가 독주를 이어가는 동안 체력을 아낀 이승훈은 후반 들어 선두와의 간격을 좁히더니 마지막 바퀴에서 스피드를 높이며 역전극을 연출했다. 지난 1차 대회 금메달에 이어 이번에도 폭발적인 마무리로 시즌 월드컵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상급 실력을 갖춘 이승훈은 일찌감치 치고 나가는 등의 다양한 변칙 전술에 대처하는 게 남은 과제로 평가된다. 앞서 열린 여자 매스스타트에서는 김보름(24·강원도청)이 3위를 차지해 이번 시즌 첫 메달을 수확했다.
이상화는 같은 대회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내년 평창에서의 대반전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상화는 이날 2차 레이스에서 36초7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6초 54)에 0.25초 뒤졌다. 이상화는 마지막 월드컵 맞대결에서도 라이벌 고다이라를 제치는 데에는 실패했으나 최근 3차례 레이스에서 36초대를 찍으며 2013년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36초36)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번 시즌 월드컵 경기를 모두 제패한 것을 포함해 23차례 연속으로 500m 금메달을 차지한 고다이라지만 컨디션을 회복해가는 이상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상화는 전날 1차 레이스 때는 이번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인 36초71(고다이라 36초50)에 들어왔다.
아직 올림픽에서 메달이 없는 한국 설상의 ‘희망’ 이상호도 이날 낭보를 전해왔다. 이상호는 독일 호흐퓌겐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유로파컵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유로파컵은 월드컵보다 한 단계 아래 대회지만 이번에는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세계 정상급 선수가 대거 출전했다. 예선 33초30으로 1위를 차지한 이상호는 강호들을 차례로 제압했다. 16강에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시 제이 안데르손(캐나다), 8강에선 2014년 소치 올림픽 스노보드 2관왕 빅 와일드(러시아)를 가볍게 제쳤다. 4강에서 마우리지오 보르모리니(이탈리아)를 근소하게 앞선 그는 결승에서 실뱅 뒤푸르(프랑스)에 역전승을 거두고 시상대 꼭대기에 우뚝 섰다. 이상호는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이 많이 출전했지만 이번 경기로 비시즌 준비가 잘 됐다는 걸 확신했다”면서 “지금처럼 컨디션 관리를 잘해 올림픽에서도 최대 기량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켈레톤 세계 1위 윤성빈은 전날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4차 대회 1차 시기에서 56초62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0.06초 차이로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56초68)를 또 제쳤다. 2, 3차 대회에 이은 3연속 금메달로 아시아 선수 월드컵 연속 금메달 기록을 더 늘린 그는 세계 1위(885점) 자리도 지켰다. 2위는 두쿠르스(821점). 이번 대회는 많은 눈으로 2차 시기가 취소돼 1차 시기 기록으로만 순위를 가렸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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