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가 연말을 맞아 자청해서 기업인들을 만나겠다고 한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새 정부 들어 7개월이 지나도록 가시적 경제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반면 기업들의 소외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질책한 것이나 기재부 간부들이 한 토론회에서 반기업 정책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급해진 김 부총리가 “기존의 중소기업·대기업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대기업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경제부처 수장을 만나는 기업인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정부가 말로는 혁신성장, 일자리 창출을 외치지만 실제 경영환경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부처 일각에서는 대기업을 혼내줘야 할 대상이거나 기술탈취나 일삼는 적폐세력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인세를 올린 것도 모자라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최소한의 보완책 요구마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오죽하면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머리띠를 두르고 기자회견에 나서겠다는 소리까지 나오겠는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 관련 규제는 없애고 이해관계자들의 허들에 막힌 것은 뚫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면 경제사령탑만 홀로 나설 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인의 기를 살려주고 규제를 하나라도 더 풀어주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기업인들이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야만 혁신성장도, ‘일자리 정부’도 가능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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