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만연합보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대만과 필리핀 정부는 지난 8일 필리핀 마카티시에서 장관급 경제협력 회의를 열어 양국 간 새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은 이번 협정에서 파생금융상품과 생명보험업 등에서의 양국 지분참여 한도를 확대했고 지적재산권 분야 보호조치도 강화했다. 이는 대만이 경제 비중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동남아 및 서남아 국가 등 이른바 ‘신남향(新南向)’ 국가와 처음 체결한 투자보장협정이다. 대만은 필리핀 외에도 현재 2∼3개국과 신규 경제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필리핀과 대만 간 협정 체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수교국이 대만과 정상적인 경제무역을 진행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대만과 공식 교류를 하거나 주권 의미를 담은 협정이나 협력문건을 체결하는 데는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이어 “필리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대만 관련 문제에 개입해 양국관계의 큰 틀을 훼손하는 것을 피해줄 것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과거 군사대치 상태로까지 악화했던 중국과 필리핀 관계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집권 이후 전통 우방인 미국 대신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는 친중 외교정책에 힘입어 크게 개선돼왔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중국 기업의 필리핀 투자는 전년 대비 4배가량 늘었다. 다만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이슈와 대만 문제에 대해 극한분쟁은 피하면서도 긴장을 유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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