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북쪽 케임브리지셔 카운티의 중심도시 케임브리지시. 최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이 곳에선 청년 실업 걱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케임브리지 거주 교민 조윤희 씨는 “케임브리지 대학 주변에 자리한 산언답지에 기업들의 이주가 잇따르는 등 지역 경제가 갈수록 활성화된 결과 부동산 값이 5년 사이 2~3배 이상 뛸 정도로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임브리지대가 있는 이 도시에는 실리콘밸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산학 클러스터로 꼽히는 ‘케임브리지 클러스터’가 있다. 1970년대 트리티니 칼리지에서 사이언스 파크를 설립한 이래 케임브리시 인근에 첨단산업 입지지원시설들이 집적한 결과 현재 반경 30km 안에 14개의 사이언스파크가 운영 중이다.
영국 역시 한국 등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청년 일자리가 부족해 고통을 겪고 있다. 영국의 청년실업률은 최근 들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17%로 여전히 OECD국가 평균을 웃도는 실정이다. 하지만 케임브리지시에서 고용난으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를 좀처럼 느낄 수 없었다. 케임브리지 대학 인근 사이언스 파크에 입주한 기술 기반 기업은 2017년 현재 약 4,700개에 달한다. 이들이 한해 올리는 매출은 130억 파운드(한화 약 20조원)로 추산된다.
케임브리지 클러스터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학이 주도해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초기 벤처기업이 성장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케임브리지대는 △기술 기반의 컨설팅을 하는 케임브리지 컨설턴트(cambridge consultants) △창업가들에게 다양한 경영 기법을 교육하는 비즈니스 스쿨(Cambridge Judge Business School) △기술 이전과 상업화를 지원하는 케임브리지 엔터프라이즈(cambridge enterprise) 등 다양한 외곽조직을 갖추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입주 기업인들은 케임브리지 클러스터에 입주한 것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스페어 플루딕스의 프랑크 크레이그(Frank F Craig) 부사장은 “케임브리지 입주 기업 상당수는 초기 벤처기업으로 R&D 결과물로 사업을 하거나 특수 분야의 시장을 노린 비즈니스 모델이 많아 대학과 협력하거나 기술 이전 등 자문을 받을 일이 더 많다”며 “대학 내 연구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전문 연구인력과 4년제 졸업생 채용하는데도 큰 도움을 줘 회사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케임브리지대의 지역경제와 고용에 대한 기여는 라이벌 대학인 옥스퍼드와 대비된다. 케임브리지시는 도시 내 취업 증가율과 학사 학위 이상의 거주시민 비율 증가율, 전문직 종사자 증가율 등의 부문에서 옥스퍼드시를 앞서고 있다. 실제로 2008년에서 2014년까지의 취업 증가율은 옥스퍼드시가 9%에 불과하지만 케임브리지시는 28%로 3배나 높았다.
학사 학위 이상을 보유한 시민 증가율도 이 기간에 옥스퍼드시는 37%, 이에 비해 케임브리지시는 이보다 8%포인트 웃돌았다. 시민 가운데 전문직 종사자 비율도 옥스퍼드시는 13%, 케임브리지시는 28% 올랐다. 옥스퍼드시는 4개구로 나뉜 행정구역 간의 갈등으로 신규 주택 건설이 어렵고 산업단지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이러한 격차를 낳은 원인으로 꼽힌다.
사이언스파크로 상징되는 캠브리지대의 산학협력 성과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9월 타임스고등교육(THE)에 따르면 지난해 4위였던 케임브리지대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과 스탠퍼드대학 등 미국 대학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2015년까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칼텍은 스탠퍼드 대학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미국을 대표하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하버드대·프린스턴대는 각각 5~7위를 차지했다. THE는 강의와 연구, 학술 인용, 국제 영향력, 산학 협력 등을 5가지 요소를 평가해 순위를 발표한다. 케임브리지대가 이처럼 비상할 수 있었던 원인은 연구 수입 등 산학 협력 지표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캠브리지대는 MIT대학에서 꼽은 세계 3대 산학협력 우수 대학으로 꼽히기도 했다. /케임브리지=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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