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한 이슬람 국가’로의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에는 상업 영화관 허용 조치를 발표했다. 사우디에서 영화관이 부활하는 것은 35년 만의 일이다.
사우디 공보부는 11일 성명에서 “영화 극장을 상업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영업 허가서를 이르면 내년 3월부터 발급한다”고 밝혔다. 아와드 알라와드 공보부 장관은 “영화관 허용은 사우디의 문화 경제적 발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사우디는 1979년 이란이 신정일치의 이슬람 통치 체제를 수립한 파장으로 여성의 히잡·아바야 착용, 대중문화 금지 등 강경한 보수정책을 실시했다. 이런 흐름 속에 영화관 역시 1980년 대 초반 폐관됐다. 사우디의 강경 보수파 종교계는 영화관과 음악 등이 이슬람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앞서 여성에 운전권을 허가하고 이달 초 음악가 야니의 콘서트에 가족 입장객의 남녀 혼석을 허용하는 등 실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모하마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경제·사회 개혁 계획 ‘비전 2030’에 따르면 2030년까지 사우디에 영화관 300곳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3만개를 창출하고 경제규모 24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사우디 정부는 영화관이 없으면서도 동부 해안도시 다란에서 최근 수년간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올해 10월엔 리야드에서 단편 영화제가 열렸다. 2013년엔 사우디 영화 사상 처음으로 하이파 알만수르 감독의 ‘와즈다’라는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상에 출품됐다. 올해 2월에는 사우디의 마무드 사바그 감독의 ‘바카라가 바카라를 만나다’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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