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 ‘강철비’부터 강렬하다. 영어로 ‘STEEL RAIN’. 실제로 존재하는 클러스트형 로켓 탄두의 별칭이다. 살상 반경이 큰 탓에 전 세계 140여 개국 이상이 사용 금지협약을 맺은 무시무시한 무기다. 이는 곧 한반도의 위태로운 상황을 적시한 것이다. 가장 예민한 문제를 건드렸다.
‘강철비’는 북한 쿠데타 발생, 북한 권력 1호가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와 함께 남한으로 피신하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엄철우에게 접근, 일생일대의 국가적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양우석 감독의 직설적 화법은 이번 영화에서도 한껏 드러난다. 2013년 ‘변호인’ 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일화를 통해 1980년대의 역사적 아픈 단면을 꺼내 보이더니, ‘강철비’로는 예지력과 통찰력을 더해 시의성 짙은 담론을 꺼내들었다. 우리가 꼭 고민해 봐야 할 문제를 파고들어 영화로 인한 관객들의 다양한 설전(舌戰)이 예상된다.
양우석 감독은 현재까지 북한에 대한 남한의 이분법적 시선을 짚어내면서 한민족인 그들에 옹호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그 주장이 확고해 오히려 보는 사람이 ‘이 정도로?’,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 명확한 표현이 관객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요지가 있지만, 양우석 감독만의 특색이자 장점이다. 모호하지 않고 명쾌하다.
이렇게 명확한 주장을 펼칠 수 있던 것은 감독의 철저한 준비과정에서 나오는 자신감 때문이다. 2013년 ‘변호인’을 개봉시킨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로 4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그에 앞선 준비기간까지 총 10년에 걸쳐 ‘강철비’ 웹툰과 영화를 만들었다. 양우석 감독은 만약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이 발생할 것이고,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내부 군사 세력의 쿠데타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철저한 검증은 2011년부터 연재된 웹툰 ‘스틸 레인’에서 그가 김정일의 사망을 예측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남북관계와 북한의 정세를 전문적인 깊이까지 치밀하게 조사했고, 사실적 묘사로 영화에 담았다. ‘강철비’는 남북을 포함한 국제 정치 상황, 군사무기체계, 작전술, 전략, 안보 문제를 모두 이해한 양우석 감독에 실제 군사전문가가 군사 시뮬레이션을 도와 연출이 이뤄졌다. 근 미래에 일어날 법한 전시 상황이 디테일한 묘사로 담겨 절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이 실제적인 배경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더욱 현실감을 높였다. 정우성은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로 분해 평양 사투리와 북한군 특유의 절제된 행동 패턴을 연기해 변신을 보여준다. ‘강철비’에서는 실제 총기류와 군수물품을 이용한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액션신이 펼쳐지는데, 정우성은 모든 액션신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투혼을 펼친다. 고위 간부역 전문배우 곽도원은 이번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아 영어와 중국어를 섭렵, 가장 똑똑한 엘리트 연기를 선보인다. ‘아수라’로 케미를 펼쳤던 정우성과 곽도원은 이번 ‘강철비’에서 더욱 잘 들어맞는 케미로 남북관계의 애틋함을 전한다.
정우성과 곽도원뿐만 아니라 김의성과 이경영의 대결구도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김의성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직 대통령 이의성으로 분해 차기 대통령 당선인 김경영 역의 이경영과 끊임없는 의견대립을 보인다. 북한에 대한 남한의 팽팽한 입장 차이는 여전히 갈등하는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강철비’는 ‘변호인’으로 드러난 양우석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까지 잘 담겼다. 뉴스를 보는 듯 무시무시한 상황을 직면하다가도 ‘남북 철우들’의 화합과정으로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대중가요 하나만으로 소통하는 이들의 모습은 양우석 감독이 희망하는 미래 우리들의 순수한 모습이겠다. 12월 14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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