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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법인세율 인상 왜 위험한가요?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자본유출·임금 하락·제품가격 상승...서민 등골만 휘어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5일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를 조세회피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조세회피국으로 지정된 곳은 바레인·아랍에미리트·몽골 등 법인세 부담이 거의 없는 나라들입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내년부터 25%로 인상됩니다. 지방 법인세까지 포함하면 27.5%가 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3.3%포인트나 높아지게 됩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조세회피국의 불명예를 안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광범위한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유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세회피처로 악명 높았던 지역이 빠져 있고 외국 기업에 많은 조세감면 혜택을 주는 주요 국가들이 제외된 점을 보면 EU의 선정기준을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 법인세, 기업 내는 세금 아냐

조세정의 실현·소득재분배 명분

저항 없는 재원조달 인식 오해

세금 부담하는 건 결국 사람뿐

기업 부담, 근로자·소비자에 전가

☞ 국내기업 역차별 논란 불보듯

외국인 투자 유치 위해선



조세감면혜택 확대 불가피

국내기업 옥죄기만 심해져

자본 해외유출 가속화 우려

그럼에도 법인세를 감면해주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는 지금보다 더 많은 감면혜택을 줘야 외국인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입니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한다는 국제적 비난도 거세질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법인세율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조세저항 없이 손쉽게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정치적 논리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정치적 논리가 가능한 것은 법인세에 대한 오해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면 조세정의가 실현되고 소득재분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인세율을 인하해줘도 투자는 하지 않고 사내에 현금만 쌓아두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사람만이 세금을 부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고 ‘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세금이고 기업은 개인보다 부자’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소득과 개인소득을 엄격히 구분하고 부자인 기업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것이 정의롭다는 주장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법인세를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이러한 법인세 인상의 논리가 얼마나 취약하고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위험한 선택인가 하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은 재화를 판매해 수입을 얻습니다. 판매수입에서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공제하면 당기순이익이 남게 되는데 여기에 법인세가 부과됩니다. 당기순이익은 배당과 사내유보의 형태로 주주들에게 배분되기 때문에 법인세는 일차적으로 주주가 부담하는 세금입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줄거나 제품 가격이 오르면 세 부담은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법인세가 누구에게 얼마만큼 전가 되는가’는 재정학에서 매우 흥미로운 연구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연구에서 보여주는 일관된 결과가 있습니다. 자본의 이동성이 높아질수록, 경제규모가 작을수록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법인세 부담이 고스란히 자본에 귀착되는 경우는 국가 간 그리고 부문 간 자본이동이 불가능한 폐쇄적이고 계획적인 경제에서나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는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화가 가속되고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본의 국제 간 이동의 제약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법인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법인세가 인상되면 국내외 자본수익률 격차가 발생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됩니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경제규모가 크다면 자본유출이 대규모로 이뤄져 국제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국제자본시장에 자본공급이 증가하면서 국제자본수익률이 하락하게 되고 국내 수익률과의 격차가 사라져 해외로 빠져나가던 자본이 멈추게 됩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유출되는 자본은 국제자본수익률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습니다. 법인세 인상으로 발생한 국내외 자본수익률 격차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자본이 제약 없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결국 근로자가 모든 법인세를 부담하는 현상이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북유럽국가·싱가포르 등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이 우리보다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한 지는 오래됐습니다. 미국·일본 등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마저 법인세율을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 국가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인세율 인상이 대표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라도 되돌아갈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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