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와 관련한 뇌물수수 등 의혹에 휩싸여 불명예 사임한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구속 위기를 또다시 벗어났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전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13일 새벽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뇌물 관련 범행이 의심되기는 하나 이미 드러난 보좌관의 행위에 대한 피의자의 인식 정도나 범행관여 범위 등 피의자의 죄책에 관해 상당 부분 다툴 여지도 있어 보인다”며 “객관적 자료가 수집돼 있고 핵심 관련자들이 구속돼 있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혐의는 전반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 점과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크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전 전 수석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수수, 형법상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이 청구한 전 전 수석의 첫번째 구속영장은 지난 달 25일 기각됐었다. 법원이 두 차례나 전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법조계 일각에선 앞으로의 수사 차질을 예상하는 목소리와 함께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 측에 자신이 명예회장인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내 달라고 요구해 2015년 7월 3억3,000만원을 실제로 후원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GS홈쇼핑에 금품을 요구해 2013년 e스포츠협회에 1억5,000만원을 기부하게 한 혐의도 있다. 이 밖에 전 전 수석은 현직이던 올해 7월28일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PC방 지원 사업에 20억원의 신규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은 영장심사 전 기자들과 만나 “충분히 오해를 소명하고 나오도록 하겠다”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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