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친정부 반(反)야권 여론을 만들기 위한 ‘군 댓글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50)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이 불발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2일 김 전 기획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13일 새벽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객관적 증거자료가 대체로 수집됐고 주요 혐의에 대한 역할과 관여정도를 둘러싸고 피의자가 다툴 여지가 있다”며 “관련 공범의 수사·재판 상황, 피의자의 주거 등을 종합하면 구속할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청와대에 합류해 2012년까지 대외전략비서관, 대외전략기획관 등 안보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검찰은 그에게 군형법상 정치관여 및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그가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2012년 2∼7월 국군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에 ‘우리 사람’을 증원하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 등 각종 ‘VIP 강조사항’을 군에 전달했다고 의심한다. 또 청와대 근무 당시 입수한 군 기밀 서류와 대통령 기록물 문건 등을 퇴직 후 무단 유출한 혐의도 추가했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은 12일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영장실질심사에서 “군의 정치관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군무원 증원은 대북 사이버전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같은 사건에 연루된 김 전 장관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가 11일만에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김 전 기획관의 ‘윗선’으로 보고 수사 여부와 방식 등을 검토해왔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에 대해 “김 전 기획관의 범죄가 중대하고 범행을 부인해 객관적 기준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 판사는 영장을 기각했다”며 “이는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 안보라인의 핵심 참모로 다른 공범들에게 정치관여를 적극적으로 지시해 그 책임이 무거운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자체로 중대범죄인 군사기밀 등 유출에 대해서는 구속 사유로 별달리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등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구체적인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방향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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