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랑하는 사이’ 원진아의 ‘맴찢’ 오열 연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12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극본 유보라, 연출 김진원, 이하 ‘그사이’) 2회에서 그 동안 아픔을 담담하게 견디며 씩씩하게 살아가던 문수(원진아 분)의 상처가 폭발했다. 문수 그 자체였던 원진아의 몰입도 높은 연기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이날 방송에서 문수는 동네 주민과 시비가 붙은 윤옥(윤유선 분)을 챙기며 딸의 역할을 묵묵히 해나갔다. 서로의 약점을 자극하며 신경질적으로 부딪치는 윤옥과 이웃사이에서 능청스러운 태도로 상황을 눙치는 문수 덕분에 예민하던 분위기는 잠잠해질 수 있었다. 윤옥은 자신의 편을 들지 않는 문수가 못마땅했다. 묵묵하지만 때로 여우같은 모습을 보이는 문수에게서 남편 동철(안내상 분)을 본 윤옥은 동철 험담을 늘어놓았다. 윤옥이 이토록 날카로웠던 이유는 동철이 이혼신고서를 보내왔기 때문.
문수는 윤옥이 보이지 않자 불안감에 휩싸였다. 윤옥의 방에서 너부러진 술병을 발견한 문수는 더욱 초조해졌다. 집안을 샅샅이 뒤지고 산호장으로 달려간 문수는 목욕탕 안에 죽은 듯 떠있는 윤옥을 발견하고 울부짖으며 달려갔다. “잠이 안와서 한 잔 했다. 그 여편네고, 네 아빠고 생각하니 열불 나서 찬물에 들어가서 쉬려고 했다”는 윤옥의 설명에도 문수는 숨겨둔 술병을 모두 꺼내 버렸다. 이를 저지하는 윤옥과 몸싸움을 벌이다 발이 다친 문수는 “죽으려면 나한테 말 하고 죽어.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가지 말라고”라며 눌러왔던 감정을 쏟아냈다. “무섭다”며 한참을 어린아이처럼 오열하는 문수의 모습은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눈시울까지 붉어지게 만들었다.
드라마 데뷔작에서 단번에 주연을 꿰찬 원진아는 단 2회 만에 가슴을 울리는 오열 연기로 포텐을 제대로 터뜨렸다. 혹시라도 윤옥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걱정과 두려움부터 모든 긴장이 풀린 후의 허탈함과 분노, 애절한 슬픔까지 복합적인 감정의 흐름을 응축해 보여준 원진아는 문수 그 자체였다. 문수가 토해내는 수많은 감정이 온 몸으로 눈물을 흘리는 원진아의 오열에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앞서 담담하게 일상을 버티는 문수의 삶을 섬세한 연기로 제대로 쌓아올린 덕분에 오열 연기는 더욱 힘을 발휘했다. 발버둥치고, 아이처럼 목 놓아 우는 원진아의 눈물은 꾹꾹 눌러 담아왔던 문수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할 수 있게 했다.
문수의 오열 장면은 유보라 작가의 세심하고 따뜻한 필력이 빛난 장면이기도 했다. “죽으려면 말하고 죽어라”, “차라리 아픈 게 낫다”, “나 무섭다” 등 모진 말을 내뱉지만 그 안에는 엄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남겨있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문수와 딸을 잊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가는 윤옥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단 한 장면만으로 ‘짠내 모녀’ 문수와 윤옥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도록 이끌면서 그들의 서사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한편 쇼핑몰 붕괴 부지에 세워지는 바이오 타운 건설을 매개로 강두와 문수, 주원과 유진까지 운명처럼 모이게 되면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서로 인식하기 시작한 강두와 문수의 과거 인연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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