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과 ‘생리’에 대한 범시대적, 범세계적 탐구다큐 <피의 연대기>가 최근 사회적 변화의 물결에 힘입어,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 26일 국민일보에서 최초 보도된 ‘깔창생리대’ 사연은 많은 국민들의 안타까움, 그리고 미안함의 눈물을 자아냈다. 그리고 2017년 11월 24일, 국회에서 ‘청소년복지 지원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 등 보건위생에 필수적인 물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뒤이어 11월 29일 환경부는 ‘제25차 환경보건위원회’에서 유해성 논란을 낳은 일회용 생리대의 ‘건강영향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소비자들의 불안과 꾸준한 문제제기가 일궈낸 성과이다. 한편 12월 7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최초로 미국 펨캡(Femcap)사의 생리컵 ‘페미사이클(Femmycycle)’의 수입을 허가하며, ‘소비자가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추어 다양한 생리혈 위생처리 제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선택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젊은 여성 소비층 사이에서는 생리컵, 면 생리대, 유기농 생리대 등 대안 생리용품에 대한 관심이 활발하게 이어져왔다. 이 모든 변화는 불과 1~2년 사이에 이뤄진 것이다.
김보람 감독은 2015년 가을, 초경 때부터 탐폰을 썼다는 네덜란드 여성과의 만남을 계기로 <피의 연대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국의 공영방송 NPR, 코스모폴리탄 등은 2015년을 ‘생리의 해’로 규정했고, 전 세계 곳곳에서 자유롭게 ‘피 흘리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감독은 해외 취재와 다양한 연령, 성별, 인종, 직군의 여성들과의 인터뷰, 생리용품 탐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커밍아웃한’ 생리 이야기를 재기 발랄하게 풀어놓는다. 그 안에는 국내 여성, 사회가 가진 생리에 대한 인식 변화와 앞으로의 시사점이 담겨있다. 2016년 7월 13일, 김보람 감독이 직접 취재해 영화 속에 담은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 시장의 연설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6월에는 불가능했던 일이 9월엔 가능해진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속한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은 물론 삶의 전반에 걸친 변화의 물결 중 하나이다.” 뉴욕시는 2016년 6월 통과된 법안에 따라 공립학교, 노숙인 보호소, 시립 교도소에 생리대와 탐폰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변화의 물결을 생생하게 담아낸 본격 생리 탐구다큐 <피의 연대기>는 2018년 1월, 더 이상 감추지 않아도 되는 조금 특별한 ‘빨간날’을 선물할 것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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