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국부와 고용창출의 주역이다. 만약 혁신적 기업가 정신의 소유자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국이 되고 90% 이상의 일자리를 기업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우리나라 발전을 견인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과 기업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 국민들은 친(親)기업이라는 얘기를 꺼려 하고 망설일까.
그 이유를 찾아보면 대주주와 기업, 소유주(오너)와 경영자를 모두 동일시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현상에 기인하는 것 같다. ‘현대자동차그룹 오너가 누구냐’고 물으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몽구 회장이라고 답한다. 왜 현대차그룹의 오너가 정몽구 회장인가.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주주·근로자·경영자·채권자·소비자·정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주주는 주가가 오르고 배당을 많이 받아서 좋다. 경영자와 근로자는 임금이 올라가고 고용이 안정돼 혜택을 본다. 채권자는 원리금을 적기에 상환받아 목적을 달성한다.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받아 좋고 기업은 적절한 사후관리로 가치가 올라간다. 또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세금을 많이 납부하기 때문에 국가재정도 좋아진다. 결국 기업이 잘돼 손해 볼 집단은 없는 것이다.
기업이 잘되면 오너도 혜택을 본다. 대주주를 오너 또는 경영자라 생각하니 기업이 잘되면 총수일가만 이득을 본다는 생각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다. 때문에 국민들, 특히 정치인들은 친기업이라는 이야기를 꺼려 한다. 3%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3%의 주주이자 오너일 뿐이다. 그런데 대주주는 오너, 그리고 소유주라는 등식이 국민들 인식에 뿌리박혀 있다 보니 그들이 진짜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분을 많이 소유한 경영자일수록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전제는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충족돼야 한다.
대주주이자 오너인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도록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 어떻든 기업은 잘돼야 하고 기업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원용해 ‘약무기업(若無企業), 시무노동(是無勞動)’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기업이 없으면 노동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주주들도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해 기업 부실이 사회적 비용과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주주권과 경영권을 분리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능력이 없으면 주주로서 주주권만 행사하고 배당을 받아 편하게 살고 경영은 유능한 전문경영자에게 맡기는 게 기업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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