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일 년을 기다렸다 남쪽 바다 해장국’ 편이 전파를 탄다.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추위를 녹이는 음식이 간절하다. 그중 하나가 해장국이다. 특히 남쪽 바닷가 마을의 해장국은 1년을 기다려 얻은 귀한 산물들로 끓여낸다는데. 허기진 속을 채워주고 쓰린 속을 달래주는 해장국. 지친 우리 인생도 속 시원하게 풀어줄 해장국 한 그릇이 그립다.
▲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 통영 굴
청정해역으로 유명한 경남 통영. 통영의 대표 수산물 굴도 제철을 맞았다. 바닷바람이 강할수록 더 통통하게 살이 차오르는 굴은 이 지역 술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해장거리이다. 올해로 50년째 굴을 생산하고 있다는 지홍태 아버님. 젊었을 때 술깨나 하셨다는 아버님 덕분에 아내 정원순 어머님은 매일같이 굴 해장국을 끓였다. 굴국에는 다른 양념이 필요 없고 갓 잡은 싱싱한 굴만 있으면 개운한 굴국을 만들 수 있다는 정원순 어머니. 또 굴은 해장국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팔방미인이다. 해장도 해장이지만 술을 부르는 안주로도 제격인 굴. 껍질째 구워 먹는 각굴 구이나, 각 굴찜 그리고 삼겹살과 알 굴을 함께 구워먹는 삼겹살 알굴 구이도 술잔을 기울이게 하는 안줏거리이다. 바다향 가득 머금은 통영 굴, 그 시원하고 깊은 맛은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다.
▲ 부부의 속을 풀어주는 고마운 한 그릇
통영 도산면에 사는 김석기 계장님은 이 동네의 소문난 애주가이다. 계장님이 오늘 아침 일찍 바다로 출근한 이유는 바로 물메기를 잡기 위해서다. 겨울철 산란을 위해 우리나라 연근해로 찾아오는 물메기. 싱싱한 물메기로 끓인 물메기탕 한 그릇이면 숙취도 말끔하게 달아난다고 하는데. 술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40년 가까이 살면서 주사 한 번 부리지 않았다며 남편을 감싸는 아내 우선옥 어머니. 아내는 오늘도 아버님을 위해 물메기탕을 끓인다.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선이기 때문에 곁들이는 재료도 간편하다고. 한때 물메기는 생선 축에도 끼지 못하고 바다에 텀벙 벙 버려져 ‘물텀벙이’라고 불리었지만, 이제는 통영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귀한 생선이 되었다. 해장국의 계절. 일 년을 기다린 물메기가 드디어 상에 오른다. 물메기탕 한 그릇에 남편은 물론 술고래 남편 때문에 답답한 아내의 속도 시원하게 풀린다.
▲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인생의 해장법
해양도시 여수의 해장국은 단연 장어탕으로 통한다. 장어탕이라면 자신 있다는 윤옥희 씨는 어려서부터 먹었던 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장어탕을 끓이기 위해서 장어 뼈와 머리를 오랜 시간 과야 하는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데. 이제는 나이든 딸이 어머니를 위해 장어탕을 만든다.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얼큰 장어탕과 장어를 통으로 썰어 넣고 된장과 열무 우거지로 맛을 낸 통장어탕이 상에 오르자 남편 신명수 씨는 소주한잔이 생각난다며 입맛을 다신다. 또 겨울바람이 차가워지는 이맘때 이 집 밥상에 꼭 오르는 것이 있다는데 바로 꼴두기초무침이다. 살아생전 아버지께서 좋아하셨던 꼴두기초무침. 아버지를 추억하는 딸들은 이때가 되면 잊지 않고 꼴두기초무침을 상에 올린다. 가족의 사랑과 정이 담긴 한 상이 완성되었다. 숙취 후 속을 보듬어주는 것이 장어탕이라면 겨울을 녹이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인생의 해장법은 가족 사랑일 것이다.
▲ 서민들의 1등 해장거리. 홍합이 여무는 계절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여수 가막만과 돌산 일대에는 홍합이 제철을 맞았다. 본격적인 홍합 수확 철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이성훈, 이선주 부자. 작년부터 아버지 이선주 씨는 젊은 아들 이성훈 씨에게 바다 일을 가르치고 있다. 다행히도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잘 따라주고 있다고. 겨울철 대표 서민 해장거리 홍합. 이 마을에서는 우거지와 홍합을 넣어 우거지 홍합탕을 끓여 속을 푼다고 한다. 홍합의 시원한 맛과 시래기의 구수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데 그 맛이 이루어 말할 수 없다고. 겨울이면 흔하디흔하게 볼 수 있는 홍합. 그러나 이 만큼 해장의 진수를 보여주는 고마운 음식도 없을 것이다. 술 한잔 기울이면서 몸을 녹이기에 이만큼 안성맞춤인 음식이 또 있을까. 따끈하고 시원한 국물은 어깨 다독여주는 따스한 말처럼 기운을 나게 한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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