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골자로 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또 양국 정상 간 수시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핫라인’도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시진핑 주석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직접 거론하며 “한국이 계속 적절히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해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 경호원이 한국 기자단을 집단폭행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지만 양국 정상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반도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등 4대 원칙에 합의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언론발표문에서 “양 정상이 문 대통령 취임 직후만 통화를 했는데 앞으로 긴밀한 협의를 위해 핫라인으로 일상소통 창구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중 양국은 물론 역내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미중·한중일 등 다양한 형태의 3자 협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국 정상은 안보리 관련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포함해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이날 시 주석은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재천명했다고 중국 CCTV가 보도했다. 모두발언에서도 “모두가 아는 이유로 한중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고 밝혀 사드 배치를 에둘러 비판했다. 평창올림픽 때 한국 방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며 참석할 수 없으면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해 즉답을 피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한중은 공동번영의 길을 걷는 운명적 동반자라 믿는다”며 “양국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역지사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됨으로써 더 큰 산을 쌓아나가기 위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생각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중국 경호원이 한국 기자들을 집단폭행하는 벌어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사진기자 2명은 중국 경호원 10여명에게 집단구타를 당했다. 경호원은 KOTRA가 현지에서 계약한 보안업체 직원으로 밝혀졌지만 현지 경호지휘는 중국 정부에 있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한중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하며 사드 사태 이후 간신히 관계 개선을 시작하는 한중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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