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 영화·TV사업을 524억 달러(57조 원)에 인수하는 메가딜을 성사시키면서 밥 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의 야심이 어디까지 뻗어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디즈니는 21세기폭스를 인수함에 따라 세계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을 이끌며 ‘콘텐츠의 제왕’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은 물론 콘텐츠 시장에 발을 들이려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을 견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최강자 넷플릭스에 맞서 미래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디즈니 사단의 인수합병(M&A) 전쟁을 주도하며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거의 위상도 더 확고해질 전망이다.
이거는 2006년 애니메이션 픽사, 2009년 마블, 2014년 루카스필름을 잇달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21세기폭스로 빅딜을 터트렸다. 이쯤 되면 그의 다음 사냥감이 어디일지 궁금해지는 셈이다.
특히 이거는 정치적으로 민주당 진영의 ‘잠룡’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마이클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등과 함께 2020년 대선 도전이 가능한 CEO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거는 지난해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를 위해 뛰었으나 대선 후에는 무소속 선언을 해 트럼프 인수위의 전략·정책 포럼에도 잠시 발을 담근 적이 있다.
이거는 지난 6월 할리우드리포터와 인터뷰에서 “난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주지사나 상원의원 선거에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근히 곧장 대선에 관심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거는 21세기폭스 인수 발표 직후 “2021년까지 (디즈니와의) 계약을 연장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이거는 “2021년 말까지는 여기 매여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계산을 해보라”고 말했다. 일단 물리적으로 2020년 대선은 불가능하고 디즈니 내에서 미래 플랫폼 확보에 나설 것임을 밝힌 셈이다.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으로 이타카 대학에서 방송을 전공한 이거는 1974년 ABC에 입사해 1994년 ABC 회장에 올랐다. 디즈니가 1996년 ABC를 인수하면서 피합병 회사의 대표였던 그는 회장직을 유지했고 2000년 마이클 아이스너 CEO에 이어 2인자가 된 데이어 2005년 디즈니호의 선장이 돼 12년째 이끌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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