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양천경찰서와 서울 이대목동병원 측에 따르면 전날 오후9시31분~10시53분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지내던 미숙아 4명이 심박수가 갑자기 떨어지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모두 숨졌다.
경찰은 밤 11시 7분께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이다. 4명의 아이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다. 이상하다”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도착해보니 모두 숨진 뒤였다. 양천경찰서는 유족과 병원 의료진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감식을 진행했으며 18일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도 부검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역학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사고 당시 집중치료실에는 모두 16명의 신생아가 있었으며 8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4명은 퇴원했다.
정혜원 이대목동병원 병원장은 이날 오후 사망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유명을 달리한 4명의 아기와 유가족, 예기치 않은 전원 조치로 불편과 고통을 겪고 계신 보호자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그러나 사인과 관련해서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인데다 서울시와 양천구보건소의 역학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자체 조사에서 의료진의 조치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의료진도 경찰 조사에서 “왜 숨졌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족들은 신생아 중환자실의 특정 섹터에서만 사망 사고가 발생해 병원의 관리소홀이나 과실에 따른 의료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다른 두 미숙아가 이 병원에서 ‘괴사성 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족은 “16일 낮 면회 때 아기 배가 볼록해 의료진에게 물어보니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저녁 때 인공호흡을 받고 있다는 연락이 와 가보니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숨진 미숙아 4명 모두 배가 볼록한 증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몇 명이 그런 증세를 보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괴사성 장염 이외에도 폐렴이나 감염 등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폐가 미성숙한 상태에서 인공호흡을 하는 과정 중에 폐렴 등의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다. 이런 폐렴은 대개 치료 후 회복되지만, 폐가 기흉처럼 급작스럽게 터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 미숙아의 특성상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특정 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패혈증 쇼크를 추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은 이런 감염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향후 혈액배양검사 등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국내 병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미숙아 생존율이 87.9%까지 향상된 점을 볼 때 신생아 중환실에 입원한 4명이 한 날에 사망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심도 있는 역학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웅재·박진용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