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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987’ 설경구·강동원까지 참여케 한 ‘30년 前 뜨거운 광장’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논리라곤 하나도 없는 이 말이 희대의 유행어로 번졌다. ‘1987’에서 그 역사적 사건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 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의문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낱낱이 재조명한다.

1987년 1월 14일,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이 불법 체포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의 폭행, 전기고문, 물고문으로 사망했다. 전두환정권의 탄압과 그에 대한 저항이 심화하던 무렵 경찰은 ‘민주화추진위원회사건’ 관련 수배자 박종운의 소재 파악을 위해 그 후배인 박종철을 불법으로 체포, 죽음에 이르게 했다.

공안당국은 이를 단순 쇼크사로 발표해 은폐를 시도했지만 진상이 폭로되면서 1987년 6월항쟁의 불씨를 만들었다. 영화 ‘1987’에서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덮으려는 박처장(김윤석), 사건 축소기도에 동원되는 조반장(박희순), 부검을 밀어붙인 최검사(하정우), 박종철이 물고문 도중 질식사한 사실을 보도한 윤기자(이희준), 사건을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과 조카 연희(김태리) 등 다양한 면면을 그린다.

‘1987’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택시운전사’와 거의 동일한 주제를 전한다. ‘민주주의 실현’이다. 다만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사복과 독일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시각으로 하나의 사건을 함께 응시했다면, ‘1987’은 박처장부터 연희까지 시대에 얽혀있는 수많은 이들이 개개인의 위치에서 임무를 다한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부터 이한열 열사의 죽음까지 그리고서 1987년 6월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의 모습으로 격동의 흐름을 폭발시킨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소소한 웃음으로 비교적 완만하게 사건에 접근한 ‘택시운전사’에 비해 ‘1987’은 뜨겁고 진지하며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를 전한다. 악의 축 박처장의 끊임없는 위협과 그 아래서 정의를 다잡으려는 치열한 움직임을 숨 막힐 듯 촘촘한 밀도로 담았다. 무고한 젊은이가 독재정권에 희생된 사건을 분노의 촉발제로, 지위와 연령을 막론하고 인물들이 사슬처럼 이어져 결국 민주항쟁 운동을 일으키게 된다. 다양한 초점으로 사건을 다룸에도 어수선하지 않고 결론까지 매끄럽다.

‘1987’은 실제 사건을 뛰어난 극적 긴장과 함께 전달한다. 앞서 ‘지구를 지켜라’, ‘화이’로 입증된 장준환 감독의 섬세하고 힘 있는 연출력이 이번에도 발현된 것. 여기에 모든 배우들이 열연을 더해 완성도를 갖췄다. 김윤석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장으로 분해 서늘하고 위압적인 카리스마로 1대 다의 싸움을 펼친다. 특유의 투박함과 평안도 사투리로 박처장의 디테일을 살렸다. 이번에도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듯 자신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정우는 박종철 시신의 부검을 밀어붙이는 서울지검 최검사 역으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신념과 소신을 지키는 그는 꼴통기질과 호쾌함으로 ‘1987’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이번에는 ‘술 먹방’이 눈길을 끈다. 교도관 한병용 역의 유해진, 대공형사 조반장 역의 박희순은 한층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희준은 패기의 사회부 윤기자 역으로 안성맞춤의 연기를, 87학번 신입생 연희 역의 김태리는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부터 시대의 상황을 직면하고 투쟁에 뛰어드는 변화 과정에 잘 이입했다.

‘1987’이 2017년 대한민국을 비추는 작품인 탓에 그 의의에 동참하려는 배우들이 줄을 이었다. 김의성, 문성근, 우현, 유승목, 김종수, 조우진, 오달수, 고창석을 비롯해 재야인사 김정남 역의 설경구, 이한열 열사 역의 강동원까지 배역의 크고 작음을 떠나 묵직한 존재감으로 작품에 임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유난히 어지러웠던 2017년, ‘1987’은 30년 전 광장의 힘을 다시 상기하게끔 만든다. 올해도 그 광장의 힘으로 국민들은 위기에 맞서 싸웠다. 이 같은 일이 언제 반복될지 모른다는 메시지가 지금 시점에서 유독 큰 뜨거움과 울림을 준다. 27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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