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이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과 연정 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사민당이 기존의 대연정과는 다른 형태의 ‘협력 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메르켈 4기 내각에서 기존 대연정과는 다른 협력 연정이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에게 “기존과 같은 대연정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형태의 정부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협력 연정은 주요 현안에 대해서만 합의안을 마련하고 합의되지 못한 의제는 원내에서 추후 논의하는 형태다.
기민·기사당은 협력 연정이 완전한 형태가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어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연정 협상 소식을 전하면서 “새 정부 구성까지 전례 없이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민당이 이처럼 주장하는 것은 지난 2013년부터 메르켈 총리 주도의 대연정에 참여하면서 좌파적 색채를 잃고 결국 총선에서 실패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로 인한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제1야당을 선언했던 슐츠 대표가 설득작업 끝에 협상 참여를 결정했지만 다른 형태의 연장을 주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열린 최고위에서 사민당은 만장일치로 대연정 협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사민당은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뒤 제1야당을 선언했지만 슐츠 대표의 설득작업 끝에 협상 참여를 결정했다. 이는 9월24일 총선 이후 약 3개월, 지난달 19일 군소 야당과의 ‘자메이카 대연정’ 협상이 결렬된 지 1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사민당은 우선 오는 20일께 기민·기사 연합 지도부와 접견한 뒤 내년 1월 초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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