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충칭에서 서울로 돌아오면서 3박 4일에 걸친 국빈 방중 일정이 마무리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 북한의 잦아지는 무력 도발로 양국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가운데 감행했던 대통령의 중국행.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한중 정상회담 결과 등을 중심으로 ‘120점’이라고 자평했다. 새로운 한중관계로 나가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자체 분석이 후한 점수의 배경이다. 하지만 중국·외교 전문가들의 반응은 청와대와는 온도 차가 크다. 조급함과 단편적 시각으로 접근, 두드러지는 성과는 얻지 못한 채 우리가 가진 ‘패’만 중국에 다 보여주고 돌아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다시 말해 ‘홀대론’을 자초한 면을 부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 같은 아쉬움에 비례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냉정한 입장과 관점, 중국 관련 우리 외교의 미숙한 부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이를 철저히 분석, 향후 대중국 외교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서두르지 말고 중장기 그림을 세심히 그려 가라고 조언했다.
◇“조급증 버려라…긴 호흡 필요”=전문가들은 중국에 끌려가는 외교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다급한 속내를 내보일수록 중국 입장에서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이유가 없어지는데다 상대국에 대한 예우에 있어서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주변국을 다루는 외교 경험이 풍부한 중국 입장에서는 외교 관례를 고의로 지키지 않음으로써 우리를 흔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라고 제언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국빈방문 준비는 오래 걸리는 건데 지난달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진행하려다 보니 여기저기 ‘구멍’이 난 것 같다”며 “외교 활동이라는 게 결국 국익을 극대화하고 국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막상 벌어진 일들을 보면 우리 대통령이 안 됐다는 생각을 하게 하니 기운이 빠진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강 교수는 방중 전 CCTV 인터뷰 논란 등에 대해서도 “청와대에서 그런 질문이 오면 아닌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잘라야 하고 맘대로 수정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의전부터 세밀한 전략까지 다시 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 눈앞에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터닝 포인트라고 봐서 그런 건지 (방중) 스케줄을 너무 서둘렀던 면이 있다”며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양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이해관계 차이를 봤을 때 양국 모두 양보하거나 협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서두르는 바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못 냈다는 지적이다.
◇“국익 철저히 따지는 中…우리도 계산부터 하라”=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정상 외교를 정말 많이 하는 국가”라며 “(이번 방중 과정에서 벌어졌던 일은) 중국이 몰라서 그렇게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중국은 국익을 철저히 추구하는 국가인데 막연히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만 갖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뿐 아니라 국제관계는 주고받을 것을 냉정하게 먼저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 연구위원은 한중관계에 있어서는 미국·일본과의 관계도 함께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국빈방문이라고 하기에는 떨어지고 결례도 있었다”며 “적어도 중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중국 실체를 알 수 있는 계기는 됐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25년 전 한중 수교 때와는 다른 새로운 경제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과의 외교에 진지하게 임하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중시하고 있는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김 교수는 “시진핑의 일대일로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신북방 정책이 어떻게 연계될 수 있고 구체화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더불어 군사 안보 면에서 집중돼 있는 양국 전략 대화를 경제로 확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영현·박효정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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