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비트코인이 1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데뷔’하면서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CME에서 활동하는 대형 투자은행(IB)들이 비트코인을 취급하면 거래가 활성화되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공매도 등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길이 열리며 비트코인 투기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ME가 17일 오후5시(미 중부시각 기준·한국시각 18일 오전8시)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개시하는 데 따라 시장 활성화 여부가 주목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앞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지난 10일 처음으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한 후 선물 거래는 당초 예상보다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CBOE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 첫날 4,100개의 계약이 이뤄진 데 비해 지난주 중에는 거래량이 하루평균 1,640계약에 그쳤다.
금융 전문가들은 CME가 CBOE와 거래 규모 면에서 비교 불가능한 세계 최대의 선물시장인데다 고객사가 대부분 대형 투자은행이어서 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거래가 CBOE를 압도하며 비트코인 거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물 상장이 주로 1등 시장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CME가 비트코인 거래에서도 이 같은 위상을 차지한다면 거래가 활성화되며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CME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제미니’의 현물 시세 하나를 바탕으로 선물 가격을 산정하는 CBOE와 달리 비트스탬프·지닥스·잇빈 등 5개 거래소의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평균해 선물을 거래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CME의 선물 1거래 계약 단위는 5비트코인으로 CBOE의 1비트코인보다 커 헤지펀드 등 큰손들의 시장 참여도 주목된다. 최대 주문 규모는 100계약이다.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이자 15일 현물거래소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만7,872달러까지 치솟았다. CBOE에 상장된 1월물 비트코인 선물은 같은 날 1만8,600달러대에도 거래됐다. 다만 선물시장은 계약의 거래소 간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CME가 비트코인 거래를 개시하면 CBOE의 거래 물량은 더욱 감소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CME의 선물 거래 개시에도 불구하고 거래량 저하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JP모건체이스 등 전통적 대형 금융회사들은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시장에 발을 담그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비트코인 열풍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보다 심하다”고 지적하면서 “거품이 터지기 전에 2만달러 정도까지 오를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폭락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반면 선물 거래에서는 가격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공매도가 가능해 비트코인 거래가 늘어나며 투기 양상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0일 CBOE의 첫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서도 장중 가격 급등 속에 ‘서킷브레이커(가격 급등락 시 일시 매매중단)’가 두 차례 발동된 바 있다. CME도 시장 과열 및 급랭에 대비해 가격 변동이 7·13·20%를 넘을 때 2분간 서킷브레이커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가격 변동이 20%를 넘으면 장이 자동으로 마감된다.
CME도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의 현물과 선물 가격의 차이인 ‘프리미엄’은 줄어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 도쿄금융거래소는 CME의 비트코인 거래에 발맞춰 관련 파생상품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역시 내년 상반기 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해 개인들의 가상화폐 투자를 한층 수월하게 할 계획이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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