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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시험관 고기’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로부터 조국을 지켜 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정치가로서의 명성 못지않게 저술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인물이다. 처칠은 1932년 펴낸 수필집 ‘50년 후의 세계’에서 “현재의 추세대로 기술개발이 진행되면 머지않아 무선전화가 등장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과 쉽게 통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보급이 보편화된 오늘의 모습을 80여년 전에 예언한 것이다. 이 책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육류시대’에 대한 전망이다. 처칠은 “50년 뒤에는 닭을 직접 기르지 않아도 적절한 크기의 닭 가슴살이나 날개만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처칠의 아이디어가 현실화한 것은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하면서부터다. 동물에서 줄기세포를 떼어낸 뒤 이를 배양해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류를 전문가들은 ‘배양육’이나 ‘시험관 고기’로 부른다. 소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3년 8월5일이다.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교수는 네덜란드 정부와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5년 만에 제품을 선보였다. 배양육이 주목을 받는 것은 동물 사육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다 밀집사육에 따른 전염병으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관련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자 네덜란드와 미국을 중심으로 전문 스타트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도쿄에 있는 ‘인테그리컬처’라는 벤처기업에서 배양육 제조 가격을 외국의 10분의1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물론 푸아그라 1.5g을 먹으려면 몇 십만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일반 소비자들이 엄두를 낼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아마도 우주비행사들이 먼저 먹게 될지도 모른다. 이 기업이 배양육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일차적으로는 우주에서의 이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무튼 외국 기업들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사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부러운 생각이 든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국내 기업들과는 너무나 대비되기 때문이다.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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