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되는 웨딩플래너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게 됐다. 최근 정부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확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법원에서도 정부 방침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특수고용직은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사업주와 개인 간 도급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권리 확대되면서 기업이나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 고용 인원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웨딩플래너 강모씨 등 23명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을 상대로 “체당금(국가가 도산기업 근로자에게 대신 주는 임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하고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강씨 등은 도산한 웨딩업체 A사와 계약할 당시 “근로기준법상 근로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사가 근무시간·휴무일, 수당 지급방법·시기, 회사 지시사항 이행 의무 등에 대해 협의하면서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했다고 봤다. 원고들이 회사와 사업상 종속관계를 맺고 있어 관리계약에 상관없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김창규 한국웨딩플래너협회장은 “이번 판결은 웨딩플래너와 개인 사업자 고용계약을 맺으면서 실질적으로 웨딩플래너를 지휘해온 업체들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23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웨딩플래너 뿐만 아니라 화물차 운전기사, 대리운전 기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등이 대표적 특수고용 직종이다. 이들은 직장 보험, 퇴직급여, 산업재해보험 같은 정식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한국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사업주와 종속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부정했다. 반면 최근 법원 판결과 정부 정책은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권리를 확대 보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추세다.
고용부는 지난 6월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원생 조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행정해석을 내린 데 이어 동국대 대학원생 조교를 근로자로 봤다. 정부는 또 법률을 제정해 가사도우미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수고용직들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특수고용직인 택배 기사들의 노조 설립신고가 처음으로 승인됐다.
일각에서는 200만명을 웃도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권리가 확대하면서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는 4대 보험 가입 등이 의무화된다. 사업주들은 인건비가 늘면서 고용 인원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가사도우미에게 4대보험이 적용되면 서비스 비용이 현재보다 15% 가량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이 강성노조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종혁기자·세종=임지훈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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