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소시지 E형 간염 파동, 햄버거병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먹거리 공포가 극에 달했다. 특히 지난 여름 개봉한 영화 ‘옥자’가 동물복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일반인들의 인식과 관심도 점점 고취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동물복지 식품에 대한 제도적, 사회 인식적 부분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동물복지를 실현하는 유럽과 미국은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높을 뿐 아니라 법적인 정비도 잘돼 있다. 유럽연합(EU)은 1970년대 이래 산란계와 소·돼지를 좁고 비위생적인 우리에서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금지’ 등 동물복지에 관련된 입법 및 정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전역 낙농가에서는 ‘젖소 행복’을 보장하는 시설개량작업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매일유업이 2005년부터 전라북도 고창군을 통해 지역 낙농업체를 설득해 유기농 우유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유가공업체 최초로 유기농 목장 전체를 포함, 유기농 우유 제품 전 과정에 대한 안전관리통합인증을 획득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건강한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농장주들이 ‘젖소 행복’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동물복지에 눈을 뜬 소비자들이 행복한 젖소가 만든 우유를 더 비싼 값을 내고 사는 것은 물론이고 행복한 젖소가 일반 소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반면 열악한 생장환경에 처한 가축들은 살면서 자연적으로 갖게 되는 면역력을 가질 수 없어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쉽고 이는 결국 사람에게 되돌아오는 악순환으로 반복될 수 있다.
2005년 세계토양학회에서 발표된 덴마크 농업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복지 방식으로 생산한 유기농 우유는 일반 우유보다 비타민 E가 50%가량, 산화 방지 성분은 2~3배 더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동물을 통해서 더 좋은 유제품을 얻는 선순환이 이어지는 것으로 비단 유제품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임은 자명한 것이다.
앞으로도 동물복지 생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윤리적 소비의식이 지속하고 이에 대한 법적 강화가 이뤄져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동물복지 식품 시장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오금열 고창 상하면 금성목장 목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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