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재일동포를 두고 있는 제주에 재일동포마을 설립이 추진된다.
제주재일마을준비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재일제주인 심포지엄’이 17일 오후 일본 도쿄에 있는 재일본한국YMCA회관에서 열렸다.
역사연구가이자 그림책작가인 김상헌 실행위원장은 이날 참석한 80여 명의 재일동포에게 제주에 재일동포마을을 추진하게 된 경위와 지금까지의 준비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서귀포시 색달동에 있는 약 1만5천㎡의 땅을 내놓고 그곳에 학교와 숙박시설을 짓는 방안을 제시했다.
학교의 규모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일동포 자녀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이면 대부분 재일동포 4세, 5세가 된다. 학교에서는 1년 동안 한국어를 교육한다. 사이사이 제주지역 농가를 찾아 농업을 도와주고 체험하는 시간도 교육과정의 하나로 구상하고 있다. 조상 묘 벌초, 추석 명절 등과 같은 전통문화 교육도 필수 과목이다.
재일동포마을에는 일본의 농업 관련 기술을 전수할 농업시험장과 재일동포의 음식문화, 일본으로 건너온 우리의 도자기 문화를 소개하는 도자기박물관 등 문화시설도 할 계획이다. 제주가 국민관광지인 점을 고려해 일본식 고급 ‘료칸’을 지어 관광산업 진흥에 도움을 주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김 위원장 소유 토지의 진입로 폭이 좁아서 개발사업을 하기에 제한이 있어 고민이다. 이와 관련 제주지역 후원자들과 세 차례 회의하고 대안을 마련 중이다.
참석자들은 지방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경제적 뒷받침도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내년에 제주로 이전하는 재외동포재단 등 중앙정부를 통한 지원 가능성을 타진해봐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1960년대 재일동포들의 도움을 받아 이룩한 경제발전을 기억하는 유일한 곳이 제주도이므로 도민들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실행위원회 위원으로 도쿄에서 신간사(新幹社)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고이삼씨와 유명한 부부 건축가 김부웅·이승대씨, 나고야에서 한글의 숲이란 서점을 운영하는 한기덕씨, 김웅기 홍익대학교 조교수 등 5명이 참가하고 있다.
고이삼씨는 이날 제주4·3사건, 해녀, 삼성혈, 왕벚꽃, 전복, 우도 등 제주와 관련된 다양한 키워드에 관해 설명했다. 제주∼오사카를 오갔던 속칭 ‘군대환’이라는 여객선과 재일동포의 일본 내 지위와 관련이 깊은 샌프란시스코조약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를 배운다는 기치를 내건 단체인 탐라연구회 회원들도 참석했다. 행사는 재일동포 국악인과 가수 등의 공연으로 끝났다.
참석자들은 내년 제주에서 두 번째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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