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골프 선수에게 최고의 연말 선물은 바로 마스터스 초청장이다. 4월에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는 ‘꿈의 무대’라고 불린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매년 12월 중순께 우선 출전이 확정된 선수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한다. 역대 챔피언과 최근 5년간 메이저 우승자 등 자동 출전권자, 그리고 연말 기준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들이 대상이다. 12월까지 50위 이내에 들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내년 마스터스행 티켓을 극적으로 따낸 선수의 이야기가 화제다. 태국의 키라데치 아피바른랏(28)이 주인공이다.
아피바른랏은 지난 17일 끝난 아시아프로골프 투어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 단독 5위에 올랐다. 2017년 지구촌에서 열린 마지막 골프대회였다. 로열 자카르타GC(파72)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 이 대회를 단독 5위 이상으로 마쳐야 세계 50위에 턱걸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아피바른랏에게 필요한 것은 버디도 아닌 이글이었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홀까지는 7m가량으로 만만찮은 거리가 남았다. 퍼터를 떠난 볼은 그대로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한꺼번에 2타를 줄인 아피바른랏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3언더파를 친 그는 최종합계 17언더파 287타, 딱 단독 5위로 마쳤다.
이 대회 전까지 세계 56위였던 아피바른랏은 51위가 돼 50위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말 랭킹’ 기준으로는 49위로 마스터스 커트라인을 통과하게 된다. 18일 현재 각각 49위와 50위인 고다이라 사토시(일본)와 피터 율라인(미국)이 2주 뒤에는 순위가 밀리기 때문이다. 세계랭킹은 최근 2년간의 성적을 토대로 산정되므로 랭킹포인트는 대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매주 변동하게 돼 있다. 단독 4위에 오른 미야자토 유사쿠(일본) 역시 세계 58위에서 52위(연말 50위)로 순위를 끌어올려 마스터스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아피바른랏이 더욱 놀라운 것은 올 9월만 해도 그의 세계랭킹이 160위였다는 점이다. 그 이후 13개 대회에 출전한 그는 7차례 톱10에 드는 꾸준한 경기력을 보였고 올해 마지막 대회 마지막 홀에서 극적인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이 대회에서 29언더파로 8타 차 우승을 차지한 세계 6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부럽지 않은 성과였다. 아피바른랏은 아시안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뒀고 2016년 상금 1위에 오른 바 있다
내년을 세계 50위 밖에서 시작해야 하는 선수들은 내년 초반 마스터스 출전권 확보를 위해 모두걸이를 해야 한다. 한편 현재 내년 마스터스 출전을 확정한 한국 선수는 세계 42위 김시우(22·CJ오쇼핑) 한 명뿐이다. 김시우는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3년간 마스터스 참가를 확보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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