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기도 평택에서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정모(52)씨의 동료 전모(47)씨는 시신이 안치된 평택 성모병원으로 달려와 눈물을 흘렸다. 그는 20여년 전 타워크레인 작업을 하면서 정씨를 알게 됐고 최근까지 같은 팀에서 일하면서 친형제나 다름없이 지냈다.
전씨는 사고 발생 당일 점심때에도 통화를 했는데 정씨가 한나절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며 믿지 못했다. 전씨는 “형님(정씨)과는 점심때도 전화 통화를 해 어느 현장에서 일하는지 안부를 물었다”면서 “조심히 일하라고 격려해준 사람이 이렇게 떠날 수 있느냐”고 통곡했다.
불의의 사고로 숨을 거둔 정씨는 젊은 시절 사업을 하다가 사기를 당해 여인숙을 전전하는 등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수중에 천 원이 생기면 컵라면을 하나 사서 부숴 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이 과정에서 타워크레인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일을 왜 시작했냐고 물으면 ‘자식들 때문이지’라고 얘기했다”면서 “자식들 가르치고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한다면서 십원 한 장 허투루 쓰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30년 가까이 타워크레인 작업을 수행한 정씨는 후배 동료들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큰형 같은 존재였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서울에서 홀로 자취생활을 하며 살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동료들은 입을 모았다. 전씨는 “타워크레인 작업은 각자 맡은 역할을 각자 수행해야 하는 일인데 형님은 여유가 날 때마다 주변 동료들을 챙기며 도움을 건넸다”라며 “항상 ‘조심히 일해라. 죽지 마라’라는 안부 인사를 서로 건넸는데 다신 볼 수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전날 18층 높이에서 타워크레인 인상작업을 하던 중 지브(붐대)가 꺾이는 바람에 추락해 사망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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