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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노동력 부족 시대,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게 하자

방상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육아부담 덜어주고 유연근무 정착시켜 기혼여성에 일할 기회를

방상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콘텐츠 TV 화제성 지수 1위로 지난 11월을 마감한 드라마가 있다. 직장생활과 육아에 지친 부부가 이혼한 날, 과거로 돌아가 다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고백(Go Back)부부’다. 과 수석까지 한 여주인공은 육아에만 매달리며 자존감이 바닥나고 남자 주인공은 경제적 책임을 떠안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어찌나 실감 나는지 젊은 부부들이 눈물 꽤나 쏟았다.

‘결혼한 30대 여성 3명 중 1명은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한 달 전 신문기사만 보더라도 이런 상황이 매우 보편적임을 알 수 있다.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다 보니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회의에 빠지게 된다. 한국 남성의 가사분담률은 1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라니 젊은 여성들에게 능력 있으면 그냥 결혼하지 말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게 될 정도다.



30대 기혼여성 중 3분의 1이 경단녀

한국 남성 가사분담률 16.5% OECD 최하

출산과 육아 부담 여성이 도맡는 경우 많아

여성 고용 늘리려면 정부·기업 변화 필수

보육서 노인 돌봄까지 사회적 서비스 확충



직무공유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 도입해야

사회나 기업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인구절벽’에 맞닥뜨리게 돼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한 국가 차원의 위기가 우려된다. 기업도 마음에 드는 노동력을 골라 뽑을 수 있는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은 대졸자 취업률이 90%가 넘어 구직자 1명당 2~3개 기업이 경쟁을 벌인다고 한다. 손 놓고 있다가는 가깝게는 여성의 훌륭한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고, 멀리는 노동력 부족 현상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될 터이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를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성이 1차 생계부양자의 역할을 하는 미국이나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여성 고용의 질에 관한 한 많은 문제가 있는 듯하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부모 중 여성이 남성에 비해 커리어 발전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3배 이상 높다고 한다(여 51% VS 남 16%, 2015년). 자녀를 보살피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일을 그만두는 비율도 여성이 두 배가 넘는다. 일본의 경우 여성 취업률은 70%대이지만 3명 중 1명은 시간제로 일한다. 남편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부인의 연봉 상한이 103만엔(내년부터 150만엔으로 상향)이라 기혼여성들이 자연스럽게 근로시간을 줄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스웨덴은 보육·의료·노인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보육 투자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0.89%에 그치는 데 비해 2%에 육박한다. 그 덕에 스웨덴의 전일제 맞벌이 비중은 68.3%에 달한다.

네덜란드나 독일은 국가의 사회서비스가 북유럽보다 부족한 대신 기업 내 유연 근무가 상당히 발전해 있다.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갖추고 있고 시간제에서 전일제 전환도 자유롭다. 이들 나라는 한쪽 부모는 전일제로, 다른 쪽은 시간제로 일하는 비중이 높고(네덜란드 50.7%, 독일 40%), 이런 방식으로 일과 육아를 조화롭게 해결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부품업체 보쉬는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바꾸고 유연근무제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관리자 500명부터 우선적으로 단시간 근로를 체험하도록 했다.

다시 우리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여성 고용의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이기 위해 할 일은 무엇일까? 일단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육뿐만 아니라 노인 돌봄 등도 사회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일하는 분위기를 상당히 바꿔야 할 것이다. 최근 젊은 부부들 사이에는 남녀가 동등하게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사회가, 기업이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고 한다. 정시 퇴근은커녕 육아를 이유로 휴가를 쓰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남성직원이 육아휴직을 가면 ‘저 친구 곧 딴 데로 옮기려는 모양이군’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가족 친화를 표방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조직 친화라 이런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율 출퇴근제나 단시간 근로제도 이외에 현실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직원이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기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동일 업무에 종사하는 두 사람이 직무 공유를 통해 각각 전일제 근무자 업무의 절반씩만 수행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이제 강 건너 불구경할 때는 지났다. 선진국들이 먼저 겪은 출산율 하락,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우수 인재 확보의 어려움 등은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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