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은행들이 화폐교환 수수료를 일제히 인상하는 등 무료 서비스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데다 인력 부족으로 업무 효율화가 시급해 무료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산 기준 일본 1·2위 은행그룹인 미쓰비시도쿄UFJ와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각각 내년 4월과 1월부터 화폐교환 수수료를 일제히 올린다. 화폐교환은 개인이 신권을 요청하거나 법인이 거스름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는 업무를 말한다.
미즈호은행은 지폐 50장까지 무료였던 화폐교환 수수료 혜택을 1월부터 계좌보유 고객에 한해 30장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계좌가 없는 고객은 교환당 324엔(약 3,1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미쓰비시UFJ은행도 내년 4월부터 수수료 무료혜택 기준을 종전 50장에서 10장으로 줄이고 11장부터는 교환당 540엔을 받기로 했다. 일본 3위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이미 지난 5월 수수료를 인상했다.
일본 3대 은행이 줄줄이 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길 경우 이자를 거꾸로 내게 되면서 들어오는 예금이 감소한데다 중앙은행 당좌예금 수수료는 꼬박꼬박 물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만기가 돌아온 국채자금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일본은행 당좌예금으로 들어간 돈이 급증하며 시중은행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은행들은 수익성 저하로 점포 통폐합과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3대 대형은행에서 줄어드는 일자리만도 3만3,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대적인 조직·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자 일본 은행들은 무료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에 올린 화폐교환 수수료도 창구가 아닌 기계를 이용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즈호은행과 스미토모은행은 기계를 이용할 경우 하루 500장까지 무료로 화폐교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쓰비시UFJ도 기계로 화폐를 교환할 경우 창구보다 240엔 저렴한 300엔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대형은행들은 이번 화폐교환 수수료 인상에 이어 향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및 송금 서비스 수수료 인상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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