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20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끝장토론을 열었지만 자중지란에 빠진 당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통합파와 반대파는 시작부터 끝까지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극한으로 대립했다.
양측은 안철수 대표에 대한 불신임 결의문의 의결 여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며 상대를 향해 핏대를 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당내에서는 “어떻게 이런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느냐”며 자성하면서도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을 대로 깊어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3시간 넘은 논의 끝에 안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는 불신임 결의문을 냈다. 다만 당 입장을 대변하는 의결 사항이 아닌 의총 참석자들의 총의로 갈음했다. 참석자는 총 16명으로 대부분 통합 반대파 의원들이었다.
김수민 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합당을 빌미로 당 분란을 유도하는 안 대표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한다. 안 대표와 당 내부에서 바른정당과 합당을 희망하는 의원 및 당원들은 차라리 국민의당을 탈당해 합당 절차를 추진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또 안 대표가 호남계 의원들을 구태 정치인이라고 매도한 발언에 대한 즉각 사과도 촉구했다.
다만 친안계는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의 의견을 정리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축소했다. 그러나 통합 반대파는 의원들의 동의로 작성한 결의문인 만큼 당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수민 대변인의 발표가 끝나자 반대파인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참석 의원들의 동의·위임 여부를 언급하며 “의결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대변인은 “보고 들은 것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라”며 맞받아쳤다. 김수민 대변인과 같은 친안계인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도 “의결된 사안이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김경진 의원과 친안계인 김철근 부대변인이 말싸움을 벌이며 옥신각신했다. 김 부대변인이 “의결이 안 됐다”고 소리치자 김경진 의원은 “웃기는 소리 하고 있다”고 발끈했고 김 부대변인은 “말 조심 하라”고 응수했다. 일부는 “속기록을 공개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친안계와 통합 반대파 간 막말이 이어지자 의원들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정리해 달라며 의총장으로 김 원내대표를 불렀다. 뒤늦게 의총장으로 뛰어 온 김 원내대표는 “(결의문을) 하나의 안건으로 보면 의결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의총은 통합 결정 기구 아니니 총의를 모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정리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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